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 출연금을 확대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재무부가 오는 12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를 앞두고 보낸 성명에서 미국이 IMF에 추가 출연금을 낼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미 재무부 대변인은 “IMF가 임무를 수행할 충분한 재원을 가졌는지 확인하기 위한 조심스러운 평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FT는 “트럼프 행정부가 IMF 출연금을 늘리는 데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풀이했다.
FT에 따르면 IMF에 대한 미국의 재정지원 기간이 오는 2022년 만료될 예정이어서 새로 자금을 수혈하거나 자금운용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재원이 급감하게 된다. 현재 IMF가 보유한 대출가능 자금은 1조달러(약 1,132조원) 규모다.
■ 왜 갑자기 마음 바꿨나
“美 관리들, 우호관계 국가에 우회지원 하려는 의도 담겨”
자국에 이익이 되지 않는 ‘다자주의’를 거부하며 각종 국제기구를 노골적으로 외면해온 트럼프 행정부가 IMF 추가 재원 출연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데는 IMF를 지렛대로 삼아 자국과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를 우회 지원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IMF가 아르헨티나에 대한 57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결정할 때도 가장 열성적인 지지를 보냈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이 이끄는 아르헨티나의 중도우파 정권은 친시장·반이민 정책을 지향하는 등 트럼프의 정치 행보와 맞닿아 있어 다른 중남미 국가들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FT는 “미국 관리들이 자국과 우호적 관계를 맺은 국가의 경제를 안정시키는 데 IMF가 유용하다는 점을 아르헨티나를 통해 알게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트럼프 정부는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에 반감을 보이는 유럽연합(EU)과는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미 재무부 대변인은 “IMF 회원국들은 IMF의 구제금융을 받을 권리가 있지만 유럽 회원국들은 EU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차원에서 자체 구제금융 체제를 수립했고 위기 때 더는 IMF가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FT는 “IMF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의 희생양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