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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대선] 망가진 경제 파고든 '브라질 트럼프' 예상밖 압승

극우 보우소나루 46% 얻어 1위

아다드와 16.7%P 차 예상 훌쩍

과반은 못 넘겨 28일 결선 투표

정치·경제 살릴 구원투수 강조

룰라 찍었던 유권자들까지 지지





브라질 1차 대선 투표가 치러진 7일(현지시간) 극우 성향인 사회자유당(PSL)의 자이르 보우소나루(사진 위) 후보와 좌파 노동자당(PT)의 페르난두 아다드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상파울루=로이터·AP연합뉴스


극우 발언과 감세 공약으로 ‘브라질판 트럼프’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자이르 보우소나루(63) 사회자유당(PSL) 후보가 7일(현지시간) 치러진 브라질 대통령선거 1차 투표에서 압도적 표차로 1위를 차지했다. 보우소나루 후보는 ‘룰라의 후계자’로 선거 막바지에 치고 올라와 2위를 차지한 좌파 노동자당(PT)의 페르난두 아다드(55) 후보와 오는 28일 결선투표에서 최종 승부를 가리게 된다. 기성 정치권의 포퓰리즘과 부패로 상처받은 민심을 자극한 극우 후보가 예상을 뛰어넘는 표차로 선두에 오르면서 남미의 대표 좌파국이었던 브라질에서 극우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고조되는 등 브라질 대선은 예측불허 상태로 치닫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대선 1차 투표에서 보우소나루 후보는 46.0%의 득표율로 강력한 경쟁자인 아다드 후보(29.3%)를 큰 표차로 따돌렸다. 두 후보 모두 과반 득표에 실패하면서 3주 뒤 진검승부로 승패를 가리게 됐다대통령과 상원의원·주지사를 한꺼번에 뽑는 이번 선거에서 최대 관심사는 단연 보우소나루 후보와 아다드 후보 간 대결이었다. 브라질 좌파의 아이콘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로 수감돼 대선 출마가 좌절되자 그의 러닝메이트였던 아다드 후보는 ‘룰라의 후계자’로 자처하며 대통령 후보로 나섰다. 반면 육군 장교 출신인 보우소나루는 좌파 정권에서 누적된 부패를 척결하고 포퓰리즘 정책이 몰고 온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감세와 국영기업 민영화 등 친시장 정책을 밀어붙이겠다면서 보수층 결집을 이끌었다.

당초 여론조사에서는 극우 대 극좌 대립 구도가 일찌감치 예고됐던 결선투표에서 좌파 우세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1차 투표 결과 보우소나루 후보가 과반에 가까운 득표율을 올리면서 결선 결과는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이번 투표에서 보우소나루와 아다드의 득표 차는 16.7%포인트에 달해 지난 2일 실시된 여론조사와 비교해 두 후보 간 격차는 크게 벌어진 상태다. 당시 조사에서는 보우소나루 후보의 지지율이 32%, 아다드 후보의 지지율이 21%로 차이는 11%포인트 수준이었다.





보우소나루와 아다드 간 양자 대결에서의 지지 후보를 묻는 여론조사에서도 풍향은 달라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여론조사에서 보우소나루 후보의 지지율은 39%로 아다지 후보에 6%포인트 뒤졌지만 이달 2일 조사에서는 격차를 2%포인트로 좁혔다.

이처럼 유권자들이 극우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은 보우소나루가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의 분노를 자극한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는 과거 군사독재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며 막말을 퍼부었지만 이러한 발언이 오히려 그에게 경제와 정치를 살릴 구세주의 이미지를 심어줬다는 것이다. 게다가 침체를 겪고 있는 브라질 경제도 그의 인기를 높인 요인이다. 세계은행은 올해 브라질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2.4%에서 1.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2%에서 1.2%로 대폭 끌어내리는 등 브라질의 경제회복 전망이 어두워진 상황에서 좌파 집권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투자자들도 점차 시장친화적인 보우소나루 후보의 승리를 낙관하는 분위기다. 브라질 대표 주가지수인 이보베스파지수는 지난주 3.75% 상승했다. 달러 대비 브라질 헤알화 가치도 한 주간 5.485% 뛰었다.

브라질 정치평론가인 루카스 데 아라가오는 “보우소나루 열풍은 전례 없이 매우 강력하다. 룰라를 찍었던 유권자마저 그에게로 마음을 돌렸다”면서 “보우소나루는 영웅을 원하는 브라질에서 (과거의) 룰라처럼 구세주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한편 아다드 후보는 결선 투표일까지 남은 3주간 중도파와 연대해 투표 독려에 힘쓸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인에 대한 환멸이 극도로 고조된 상황에서 투표율이 낮을수록 아다드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그(아다드)는 기존 대권주자들의 행보를 넘어서려 한다”면서 “아다드는 중도좌파와 좌파 후보자로 나뉜 표심을 다잡기 위해 애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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