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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기억에 봉인된 사랑, 유효기간이 없구나

짧디짧은 가을같은 중년의 사랑

깊은 멜로디로 절절한 감정 극대화

등·퇴장 앙상블 개선…몰입도↑

요리 장면선 음식 냄새 객석 채워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한 장면. 프란체스카 역의 차지연(왼쪽)과 로버트 킨케이드 역의 박은태. /사진제공=쇼노트




가능하면 오랫동안 붙잡아 두고 싶지만 이내 사라져버릴 짧디짧은 가을 같은 중년 남녀의 사랑을 애틋하게 그려냈다.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지난 2017년 국내 초연 당시 주인공 남녀의 사랑보다는 앙상블 등에 시선이 간다는 지적 등을 완벽하게 개선했다. 더 나아가 유효기간이 존재할 것 같은 사랑을 기억이라는 영원한 시간에 봉인한 이들의 애틋하고 애절한 사랑에 대한 몰입도를 한껏 높였다.

극의 배경은 1965년. 프란체스카(차지연·김선영)은 2차 세계대전 중 이탈리아에 파병을 온 버드와 결혼해 고향을 떠나 미국 오아이오주에서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과 아들 마이클, 딸 캐롤린이 주의 박람회에 참가하기 위해 떠나고 홀로 남게 된다. 간만에 자유시간이 생긴 프란체스카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푹 퍼져있겠다고 결심한다. 그리고 그 순간 길을 잃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사진작가 로버트 킨케이드가 그녀에게 로즈먼 다리로 가는 길을 물으면서 둘의 운명적인 사랑은 시작된다. 둘은 첫눈에 서로에게 강하게 끌린다. 둘은 사진을 찍고, 밥 먹고, 술 마시고,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지만,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그러하듯 자신과 상대방의 감정에 대해 확신을 하지 못하고 불안해한다. 프란체스카에게는 더욱이 가정이 있고, 로버트는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그러나 이러한 불안정한 감정을 통해 둘은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는데, ‘단 한 번의 순간’ 등 프란체스카와 로버트의 간절한 사랑을 깊이 있게 표현한 멜로디의 넘버들이 이들의 감정을 극대화해 관객들을 몰입의 세계로 이끈다.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한 장면. 로버트 킨케이드 역의 박은태(왼쪽)과 프란체스카 역의 차지연. /사진제공=쇼노트


로버트와 프란체스카는 단 나흘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만나 사랑했다. 그러나 만남이 짧다고 해서 사랑 자체가 짧은 것은 아니며 이 사랑이 영원할 수도 있다는 애틋하고 절절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 배우들의 연기 또한 원작 소설과 1992년 개봉한 동명의 원작 영화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부분이다. 2017년 초연에 이어 올해도 로버트 킨케이드 역을 맡은 박은태는 완벽한 발음과 발성, 서정적인 음색을 돋보이게 하는 가창력으로 관객들의 극찬을 받고 있으며, 1세대 아이돌을 대표하는 H.O.T.의 보컬 강타는 처음으로 뮤지컬 무대에 올라 박은태와는 다른 느낌의 로버트 역을 선보여 호평받고 있다. 프란체스카 역의 차지연과 김선영 역시 사랑 앞에서 불안한 중년 여성의 심리를 조심스러우면서도 극적으로 표현해 박수갈채를 받고 있다. 또 프란체스카의 이웃 부부인 마지(혁주·류수화)와 찰리(김민수) 부부의 코믹 연기는 불륜이라는 어려운 소재가 주는 어두운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 극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무대는 작품의 서정성을 완성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1965년 미국 아이오와 시골 풍경을 그대로 재현한 듯한 오래된 나무와 옥수수 등은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며, 프란체스카와 로버트가 사랑을 나누는 로즈먼 다리와 프란체스카의 집 등의 공간은 둘만의 사랑의 추억을 쌓아가는 하나의 캐릭터 역할을 해낸다. 여기에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매우 색다른 경험이 있다. 프란체스카가 로버트를 위해 이탈리안 요리는 하는 장면에서는 실제로 음식 냄새가 객석을 가득 채운다.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한 장면. 프란체스카 역의 차지연(왼쪽)과 로버트 킨케이드 역의 박은태. /사진제공=쇼노트


한편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2017년 초연 당시 문제점을 완벽하게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작사인 쇼노트의 한 관계자는 “주인공 프란체스카와 로버트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초연에 비해 대사와 앙상블의 등·퇴장을 간결하게 정리하고, 세세한 장면 연출을 수정하는 등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더욱 높였다”면서 “그 덕에 작품이 주는 잔잔하면서도 긴 여운이 관객들에게 보다 잘 전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8일까지 샤롯데씨어터.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제공=쇼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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