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사진) 명지대 석좌교수가 조선왕조 마지막 내시이자 미술 애호가, 서화가였던 송은 이병직(1896~1973)의 서화작품 8점을 서울 종로구에 기증한다.
유 교수가 경매에서 낙찰받은 작품으로 자신의 베스트셀러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서울편2, 10권)에서 소개했었다.
종로구는 오는 13일 오후 4시 무계원(창의문로5가길 2)에서 ‘송은 이병직 서화작품 기증식’을 개최한다고 8일 밝혔다.
무계원은 이병직의 집 오진암을 안평대군의 별장 ‘무계정사’가 있던 부암동으로 옮겨 복원하면서 얻은 이름이다.
이병직은 ‘조선미술전람회’에 여러 번 입선했으며, ‘대한민국 미술전람회’의 초대 작가와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평생 모은 수집품을 두 차례 경매에 부쳐 여기서 모은 자금을 양주중학교(현 의정부중고등학교) 설립을 위해 기부하기도 했다.
는 생전 종로구 익선동의 큰 한옥에서 거주했는데 이곳은 한국전쟁 후 한정식 요정 ‘오진암’이 되었다. 서울시 등록음식점 1호이기도 한 오진암은 1910년대 초 대표적 상업용 도시한옥으로, 7·4 남북공동성명을 도출해 낸 장소이기도 했으나 세월이 흐르며 철거됐다.
종로구는 오진암을 부암동 무계정사지로 옮겨 2014년 3월 전통문화공간 무계원으로 되살려냈다. 대문과 기와, 서까래, 기둥 등에 오진암의 자재를 사용해 지었다. 현재 이곳에서는 한옥체험과 각종 전통문화행사가 진행된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부암동 전통문화공간 무계원은 역사 속으로 영영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도시한옥 오진암을 민·관이 뜻을 모아 재탄생시킨 곳”이라며 “이런 의미 있는 공간에 오진암을 추억할 수 있는 송은 이병직 선생의 귀한 서화작품까지 전시하게 돼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