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이스탄불에서 실종된 사우디아라비아의 유력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의혹이 앞으로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 나아가 미국의 대 중동 전략에 차질을 빚을 사안으로 대두됐다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사우디 일간 알와탄의 편집국장 출신 언론인 카슈끄지는 사우디 주도의 예멘 공습과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단행한 ‘숙청’ 등 왕실의 강압을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글을 워싱턴포스트 등 국내외 매체에 기고했던 인물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카슈끄지의 실종 및 피살 의혹은 양국 정부가 그토록 조심스럽게 구축해왔던 미국·사우디 동맹관계에 대한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고 8일 보도했다.
현재 미국 정부는 카슈끄지 피살 의혹과 관련해 일반 대중의 우려 표명 이상의 언급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사우디 정부당국도 현재 카슈끄지의 행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강력 부인하는 중이다.
하지만 터키 당국은 실종된 카슈끄지가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15명의 사우디 암살팀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사우디 측은 이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터키 측의 주장대로 카슈끄지가 살해됐거나 사우디 당국에 의해 실종된 사실이 확인된다면 미 의회내에 사우디와의 관계를 재설정하라는 압력이 제기될 수 있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플로리다)은 트위터에 “이 혼란스런 뉴스보도가 사실로 확정되면 미국과 문명사회는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 나 역시 의회에서 마련할 수 있는 모든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특히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양진영 모두에는 사우디의 이슬람 원리주의와 테러 세력간의 유대관계를 의심하는 의원들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고 예멘 내전에 대한 사우디의 개입에 못마땅해 하는 의원들도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 미 의회에서는 사우디에 대한 군사무기 판매와 지원을 중단토록 하는 결의가 나왔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미국 무기의 사우디 판매는 대이란 견제, 대 이스라엘 관계개선이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목표와 함께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을 끌어들여 새로운 ‘중동전략동맹’으로 탈바꿈시키려는 계획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카슈끄지 실종에 사우디가 책임이 있는 것으로 확인돼 미국내 여론이 대응을 요구하고 미 의회가 대 사우디 제재를 결정하게 되면 이 같은 동맹체제를 순조롭게 출범시키려는 미국의 계획이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카슈끄지가 기고자로 활동했던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사설을 통해 “미국 정부가 카슈끄지 실종과 피살 의혹과 관련해 사우디 측에 답변을 요구해야 한다”며 “(사우디가) 제대로 협조하지 않는다면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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