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유로스탯이 집계한 EU 회원국 대학 졸업자의 성별 전공비율을 살펴보면 정보과학(ICT) 전공의 경우 남성 졸업자는 81%인 데 비해 여성은 19%에 불과하다. 공학·건축학전공도 남성 비율이 72%, 여성은 28%다. 반면 교육학은 여성과 남성 졸업자 비율이 각각 80%, 20%로 여초현상이 뚜렷하다. 또 보건복지학도 남녀 졸업자가 각각 25%, 75%로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고 예술·인문학도 여성 졸업자가 67%가량을 차지한다. 이 같은 전공 쏠림현상은 곧 임금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공학·과학 전공자가 많은 남성들의 경우 주로 금융 업계와 IT 기업으로 진출해 높은 보수를 받는 반면 여성들은 교사·공무원으로 일하면서 보수 수준이 이보다 낮다. 유럽 각국 정부들은 이러한 성 고정관념을 해소하기 위해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거나 캠페인을 벌이지만 큰 개선 효과를 보고 있지는 못하다.
덴마크는 캠페인 형태 대신 오히려 4차 산업혁명의 속도를 높여 성 고정관념을 해소하고 남녀 간 임금격차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에서 탄생한 한 스타트업은 여러 계층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공유 자전거를 빌려주는 사업을 진행하는 데 사회과학을 전공한 여성을 대거 끌어들였다. 연령별 자전거 대여 선호 유형과 스타일 등 사회적 빅데이터가 필요했고 이를 발굴·분석할 사회과학 전공 학생들이 필요했던 것이다. 공학생과 사회과학생들이 융합해 만든 이런 형태의 사업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힐다 뢰머 크리스텐슨 코펜하겐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이와 관련해 “자율주행차와 인공지능(AI)에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 인문학자들이 참여한 것처럼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은 여러 학문을 융합하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여성에게 공학과 과학을 전공하도록 등을 떼미는 것보다 융합학문에 박차를 가해 성별 쏠림현상을 완화하고 남녀 임금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식으로 대학들이 움직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코펜하겐=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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