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에 또다시 불만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연준이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금리를 빨리 올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지표 호조 행진이 금리 때문에 멈춰서는 안 된다며 연준을 압박했다. 그는 “경제가 기록잔치를 벌이고 있다. 나는 이러한 흐름을 조금도 늦추고 싶지 않다”면서 “(연준이 우려하는) 인플레이션 문제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준의 독립성 침해 논란을 의식한 듯 금리정책과 관련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취임한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가자 8월 언론 인터뷰에서 연준의 긴축기조를 노골적으로 비판했지만 연준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했다. 이는 올해 들어 3월과 6월에 이어 세 번째이자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래 여섯 번째 금리 인상이다. 연준은 내년까지 최소 네 차례의 추가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올해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치인 2%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역사적으로 낮은 실업률이 물가상승 압력을 키우고 경기과열을 부를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거듭 연준을 비난한 것은 다음달 중간선거를 앞두고 가파른 금리 상승에 따른 유권자들의 반발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최근 3.25%를 넘겼다. 이에 따라 30년 만기 모기지의 평균 고정금리가 8년 만에 처음으로 5%까지 치솟고 신용카드 이자율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미국 가계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또 금리 인상이 사상 최고치 랠리를 이어온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매체 더힐은 “대통령과 참모들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출비용이 높아질수록 경제를 억누를 수 있다고 대외적으로 우려해왔다”고 설명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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