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늦어도 내년 2학기부터 단계적으로 고교 무상교육을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재원 논란에 대해서는 입법을 추진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를 대비해 시·도 교육감들과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부총리는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교육부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열어 “고교 무상교육은 국회 교육위 간사로 활동할 당시부터 청와대, 당과 교감이 있었던 내용”이라며 “국민 세금을 국민 생활에 도움 될 수 있게 돌려주는 것은 신속하게 해야 마땅한 일”이라고 밝혔다.
앞서 유 부총리는 인사청문회와 취임사 등을 통해 기존에 2020년으로 예정돼 있던 고교 무상교육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가운데 고교 무상교육을 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그러나 문제는 재원이다. 교육계에서는 고교 무상교육을 전면 실시할 경우 연 2조원, 단계적으로 실시하더라도 첫해 6,000억 원 가량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고교 무상교육 실시 후 5년간 총 7조8,411억원이 추가로 소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예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중앙정부와 시·도가 예산 분담 때문에 갈등을 빚은 누리과정(만3∼5세 교육과정)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4일 “(고교 무상교육) 재원 문제는 합의까지 나간 사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유 부총리는 “원칙적으로는 지방교육재정교부율을 높이는 쪽으로 법을 개정해 근본적인 재원 마련 대책을 세우는 게 필요하다”며 “재원을 담당하는 기재부는 어려움을 말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협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법 개정이) 즉각적으로 어렵다고 하면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예산과 관련해서는 시·도 교육감들과도 협의하고 있다”며 “적어도 내년 2학기부터는 단계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문제와 관련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하는 모습을 보였다. 교육부는 관련 소송이 대법원에 계류된 만큼 대법원판결과 고용노동부 입장 등을 고려하겠다고 거듭 밝혀왔다. 이에 비해 전교조는 교육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유 부총리는 “제가 사회부총리라도 (전교조 문제는) 부처 간 조율 등을 거쳐 결정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개인적 판단으로 당장 어떻게 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며 “그러나 이른 시일 내에 문제가 해소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 부총리는 임기 중에 고교 무상교육 외에 온종일 돌봄 체계 구축, 기초학력 보장 등 부처 간 협업이 필요한 일과 국민 생활에 직접 연관되는 정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유 부총리는 “그간 사회부총리가 (직책의) 취지를 살려 일하기에는 제도나 재원이 부족했다”면서도 “각 부처의 협업이 필요한 일들, 예를 들면 온종일 돌봄 시스템 구축 등은 (부처 간) 협업 구조를 만드는 것부터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래교육위원회와 국가교육위원회를 통한 중장기 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 교육부 역할을 평생·고등·직업교육 중심으로 개편할 것”이라며 “임기 내에 완결하기 어렵더라도 이런 계획들을 분명히 해서 교육개혁의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하겠다”고 전했다.
교육계·산업계·노동계 전문가와 학생·학부모·교사 등이 함께 미래인재 양성을 도모하는 미래교육위원회 출범은 사회관계장관회의를 거쳐 연말까지 마련할 방침이다. 다만, 유 부총리는 이런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장 수용성’을 중요하게 고려하겠다는 점도 거듭 밝혔다. 김상곤 전 부총리 재임 당시 대입개편이나 유치원 방과 후 영어교육 문제와 관련해 정책 혼선을 빚은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유 부총리는 “(최근 학교 현장방문에서) 방과 후 영어교육이나 3시 하교 등의 정책이 구체화할 때 고려돼야 할 현장 수용성에 대해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교사를 비롯한 교육계 주체, 당사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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