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등장하는 대형 체인 서점 ‘폭스북스’는 미국 최대의 서점인 반스앤노블(Barnes&Noble)을 실제 모델로 한다. 1873년 미국 일리노이주 휘턴시의 작은 서점에서 출발해 1917년 현재의 이름으로 바꾼 반스앤노블은 1971년 ‘제2의 창업자’로 불리는 레너드 리조에게 넘어가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미국에서 최초로 정가보다 40%나 싸게 책을 판매하는가 하면 서점을 책 읽는 공간에서 편안하고 즐겁게 쉴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변화시켰다. 자본력을 앞세운 마케팅 전략에 동네 책방들은 속절없이 무너져갔다. 1995년 이후 5년간 미국 내 독립서점의 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은 피할 수 없는 결과였다. ‘유브갓메일’의 성공은 이런 현실을 반영한 셈이다.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초대형 체인 서점도 시대의 변화 앞에서는 무기력했다. 전자상거래와 혁신으로 무장한 세계 최강의 유통 업체 아마존은 치명타를 입혔다. 게다가 디지털로의 전환이 늦었고 2013년 이후 최고경영자(CEO)가 네 번이나 바뀌는 혼란도 있었다. 결과는 예상대로다. 2012년 회계연도에 54억달러에 달했던 매출액이 2018년에는 36억달러로 쪼그라들었고 시가총액도 2006년 20억달러에서 지금은 5억달러로 곤두박질쳤다.
반스앤노블이 결국 매각 추진을 공식화했다. 회사 측은 성명에서 “복수의 관계자가 인수에 관심을 보여 이사회가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20여년 전 동네 책방이 걸었던 길을 이제는 반스앤노블이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형국이다. ‘국무상강무상약(國無尙强無尙弱).’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다는 진리를 한때 절대 강자였던 그들도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송영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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