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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라리온, 신공항 사업 전격 취소…中 일대일로 또 '파열음'

파키스탄·말레이 등 곳곳 제동…중-서방 신경전도 치열

“빚더미로 몰고, 부패와도 결탁” vs “도로·항만 등 꼭 필요”

지난달 초 베이징에서 만난 줄리어스 마다 비오 시에라리온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서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이 중국의 차관으로 신공항을 건설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거침없이 진행돼온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가 상대 나라들을 빚더미에 올려놓는다는 비판 아래 곳곳에서 제동이 걸리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11일(현지시간) 시에라리온 정부가 중국 차관으로 수도 프리타운 외곽에 예정한 4억 달러(4,500억 원) 규모의 신공항 건설 계획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이 사업은 지난 3월 정권교체가 이뤄지기 전에 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많은 아프리카 나라가 대(代)중국 부채로 채무불이행의 위험에 놓여 있다는 우려 속에 나왔다.

실제로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이 사업이 시에라리온을 빚더미에 올려놓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시에라리온의 카비네 칼론 항공장관은 BBC 방송에서 대통령이나 자신 모두 신공항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며 대신 기존의 룬기 국제공항을 개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칼론 장관은 이번 결정이 나라를 위한 최선의 결정이지만 재정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알 수 없다며, 다만 중국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에라리온의 줄리어스 마다 비오 대통령은 선거운동 중 중국의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를 두고 “시에라리온 사람들에게는 개발 혜택이 없는 엉터리”라며 국가 경제의 중국 예속 문제를 줄곧 비판했다.

이번 취소 결정에 대해 시에라리온 주재 중국대사인 우 펑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양국 관계에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시에라리온은 다이아몬드 등 풍부한 광물 자원을 자랑하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다. 다이아몬드와 내전의 관계를 다룬 ‘블러드 다이아몬드’라는 영화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중국은 현재 아프리카 인프라 사업에 대한 최대 투자국이다. 일부에서는 중국의 대규모 차관으로 아프리카 나라들이 빚더미에 올라앉고 있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중국 측은 빚이 많은 아프리카 나라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국은 주요 채권자는 아니라며, 채무 문제를 중국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근거가 없고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아프리카인들도 일부는 쌓여가는 부채를 걱정하며 일부 프로젝트 비용이 부패로 부풀려졌다고 비난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도로와 항만, 철도 등의 시설이 꼭 필요하다며 중국의 참여를 환영한다고 방송은 전했다.

한편 탄탄대로를 걷던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서아프리카 뿐만 아니라 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고 있다.

파키스탄은 중국과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부채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철도와 수력발전 사업 등에 대해 사업을 축소하거나 중단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상환 능력을 넘어서는 초대형 자금을 투자하다가 현재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핵심 국가로 꼽혔던 말레이시아도 사업비 550억 링깃(약 15조 원)의 85%를 융자하는 조건으로 추진해 온 동부해안철도(ECRL) 공사를 중단하고 재협상을 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중국 국영기업이 수주한 송유관·천연가스관 공사도 취소했다.

또 지난해에는 네팔이 중국 업체에 맡기려던 25억 달러 규모의 댐 건설 공사 계획을 파기했다.

일대일로 사업을 놓고 중국과 미국을 포함한 서방 간 신경전도 치열하다.

중국은 지난달 아프리카 정상들을 대거 초청해 ‘공동운명체’를 건설하겠다며 대규모 지원을 약속했지만, 미국은 이달 초 투자 한도를 600억 달러(67조 원)로 설정한 미국국제개발금융공사(USIDFC)를 설립해 맞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럽연합(EU)도 지난달 “텃밭을 놓칠 수 없다”며 향후 5년간 1,000만 개의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등 아프리카 경제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성문인턴기자 smlee9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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