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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완화 균열 보인 한미] '말 앞에 마차 놓지 마라'...美, 비핵화 빠진 '경협 액셀' 경고

■'한미 공조' 문제 없나

美 "先비핵화·後제재완화 확고" 의지 강력하게 전달

'북중러 입 맞추기 속 北에 잘못된 신호' 선제 차단도

일각선 "트럼프 발언 주권간섭 등 외교적 결례" 지적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조치 해제 발언에 대해 강하게 반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이리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한국의 대북제재 완화 분위기에 대해 ‘우리 승인(approval) 없이는 안 된다’고 발언한 것은 주권 간섭 등 ‘외교 결례’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평소 화법이 거침없다는 점에서 한미 양국 외교가는 외교적 과잉 해석은 일단 자제하는 분위기다. 그보다는 비핵화 없는 대북제재 완화는 결코 있을 수 없다는 미국 정부의 확고한 뜻을 한국 정부에 강력하게 전달한 것이라고 대체적으로 해석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말 앞에 마차를 놓는’ 행동으로 한미공조를 망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경고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북한이 북미 실무협상에 즈음해 중국·러시아와 3각 공조를 통해 제재 완화 목소리를 계속 높이고 있어 한미 단일대오가 결코 흐트러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제재 기조 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올 들어 북한을 비핵화 협상으로 나오게 한 가장 큰 동인이 북한 경제를 옥죄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 공조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발언 등에 대해 ‘선(先) 비핵화-후(後) 제재 완화’ 입장을 재확인했다.

국무부의 한 관계자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 완화는 비핵화에 뒤이어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매우 분명히 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그 지점(비핵화)에 빨리 도달할수록 더 빨리 제재를 해제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자세한 건 한국 정부에 문의하라”고 말했다. 국무부 관계자는 “미국과 한국은 북한에 대한 우리의 통일된 대응을 위해 긴밀한 조율을 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부대변인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5·24조치 해제 검토 관련 우리 정부 측 발언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제재 유지 방침을 밝혔다.



이 같은 방향의 연장선상에서 미국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사흘 앞둔 4일(현지시간) 북한 외교관 등에 대한 독자 제재를 추가로 단행하기도 했다. 북미 정상 간 분위기가 아무리 우호적일지라도 실질적 비핵화가 선행되지 않는 한 북한이 원하는 제재 완화 카드를 내어줄 수 없다는 점을 재차 북한에 확인시켜준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문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중요한 건 군사적 조치보다 제재 완화”라며 “북한 주민들과 관료들에게 자신의 선택이 옳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제재 완화가 무엇보다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대북제재는 미국이 가진 대북 협상의 핵심 카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내 대북제재 완화 검토 분위기는 미국의 입장을 불편하게 할 수밖에 없다. 한국과 미국은 실시간으로 북한 정보를 공유하고 협의하고 있다는 게 청와대와 외교부 등의 평소 설명이지만 지난 10일 강 장관의 ‘5·24 제재 조치’ 해제 검토 발언 등은 장관의 사과와 발언 번복이 있었다고는 하나 미국 측의 의구심을 키울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미국의 대북 협상에 있어 가장 중요한 파트너인 한국이 미국의 협상력을 높이기는커녕 흔드는 모양새를 보이는 건 비핵화 협상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한국 입장에서는 신뢰를 먼저 구축해서 북한이 대화에 나오고 전략적 결정을 했다고 하지만 미국은 ‘최대한의 압박’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며 “미국은 경제제재를 잃으면 비핵화 협상이 실패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가뜩이나 북한이 최근 들어 중국·러시아와 공조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한미 엇박자 문제가 계속 불거질 경우 북미 2차 정상회담 및 비핵화 협상 실패라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최근 모스크바에서 한·중·러 외무차관급 3자 회담이 열린 데 이어 이날 건국대에서 강연에 나선 안드레이 쿨리크 주한 러시아대사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대해 “너무 강압적이거나 북한을 고립하는 정책으로 가면 안 된다”며 “일부 서방국가들은 남북 간 대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계속 제재를 요구하고 있지만 북한을 압박만 할 것이 아니라 긴밀하게 협조해 비핵화로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북한 입장을 강조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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