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은 11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이 같은 인적자본지수(HCI) 개발해 측정한 결과를 처음으로 발표했다.
인적자본지수는 그 나라의 보건·교육 상태를 반영해 오늘 태어난 아이가 18세까지 얻게 될 인적자본의 총량을 측정한 지수다. 측정 대상은 △5세까지의 아동생존율 △학업예상기간 △학업성취도 △5세 이하 아동의 발달장애비율 등이다. HCI가 1이면 모든 보건·교육 혜택을 완전하게 받았을 때 보유할 수 있는 생산성을 100% 발휘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의 HCI는 0.84로 157개국 중 2위를 기록했다. 5세까지 아동생존율 100%, 학업예상기간 13.6년, 성인생존율 94%, 5세 이하 아동 발달장애 비율 2% 등이 반영된 결과다. 싱가포르(0.88) 다음으로 가장 높았다.
‘인재 강국’ 한국의 강점을 보여주는 결과이지만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세계은행의 조사는 보건·교육 인프라의 양적인 측면을 주로 비교한 것으로 우수한 인적자본을 키워내기 위한 질적인 측면에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뒤처지는 한국의 현실이 잘 반영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34.3달러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OECD 회원국 22개국 중 17위에 머물렀다. 성인 역량평가도 최하위권이다. OECD 국제성인역량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의 문제해결능력은 조사대상 33개국 중 29위였다.
김대일 서울대 교수는 “실제로는 우리나라 생산성이 낮은 게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며 “아이들의 창의성을 키워주는 교육을 해주지 못하니 개인의 생산성과 국가경쟁력이 함께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번 결과에 대해 “전반적인 생산성을 판단하기엔 부족한 조사”라고 평가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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