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에 거주하는 64세 A씨는 노후 대비를 위해 주택연금에 가입하려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최근 제도 개선으로 월세를 받는 주택도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워 신청을 하러 갔지만 보증금이 있으면 안 된다는 답변을 들었기 때문이다. A씨는 현실적으로 보증금 없는 월세가 어디 있느냐며 그림의 떡이라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지난 9월 실제 거주하지 않더라도 주택을 월세 놓을 경우 주택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했지만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상이 보증금 없는 ‘100% 월세’인 경우만 해당되기 때문이다. 실제 임대차 시장에서 이 같은 순수 월세 거래는 사실상 거의 없는 상태다.
앞서 정부는 올 9월 한국주택금융공사법 시행령을 개정해 요양원 입소, 자녀 봉양 등 불가피한 사유 발생 시 실제 거주하지 않더라도 주택을 월세로 놓을 경우 주택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전에 주택 일부 월세만 가능했던 데서 치료·요양 등 불가피한 이유로 집을 비우는 고령의 주택 소유자에게도 주택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 것이다.
바뀐 주택연금 기준은 세부 규칙 등이 확정되는 대로 오는 11월 초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문제는 11월 시행 후에도 현실적으로 보증금 없는 월세 임대는 많지 않기 때문에 적용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임대차 시장에서 보증금 없는 월세 거래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주택금융공사 측은 보증금이 있을 경우 채권 확보가 어렵다는 점을 들어 순수 월세이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문제점이 나오자 주택금융공사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다음달 협약을 맺을 예정이다. 서울 내 연금 대상 주택의 경우 SH공사가 맡아 신혼부부 등에게 공공임대하는 모델을 추진한다. 올해 안에 서울시에서 이 모델을 도입하고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증금 없는 월세는 지방 농촌의 일부 주택에만 해당해 효용성이 별로 없다”면서 “조건 연령을 낮추는 방법 등을 통해 가입자 수를 늘린다면 복지는 물론 주택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택연금은 주택 소유자가 집을 담보로 맡기고 매달 국가가 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지난 2007년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가입요건은 만 60세 이상이다. 감정평가 기준 소유 주택 합산 가격이 9억원 이하이면 대상 주택을 담보로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역모기지 방식으로 주택 소유 부부가 사망하면 국가가 상속분을 제외하고 주택을 매각해 상환한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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