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탄생 이래 역사의 대부분을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수렵채집의 이동생활을 하다가 1만년 전 농업문명의 정착생활로 바뀌면서 촌락을 만든다. 그리고 ‘도시(都市)’의 어원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촌락들을 다스리고 물건을 사고파는 정치·경제의 중심지로 5,000여년 전 도시가 탄생했다. 인류사에서 보면 고도의 인공사회인 도시는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거주 형태인 것이다.
하지만 농업문명 시대에 도시의 성장은 완만했다. 조선 시대 한양의 인구가 20만명, 최대 도시인 베이징도 100만여명에 지나지 않았듯이 도시의 수와 규모는 한정적이었다. 당시의 마차·수운 등 교통능력의 제약 속에 도시의 인구 부양능력은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300여년 전 산업혁명과 함께 인구와 도시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산업화로 이촌향도의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동시에 교통혁명으로 전 세계에서 에너지·자원·식량 등을 수입할 수 있게 되면서 도시의 규모도 1,000만명 이상 등으로 거대해졌기 때문이다. 이 도시들은 산업문명의 새로운 혁신과 편리한 생활을 제공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지구 면적의 2%에 불과한 도시에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면서 각종 과밀 문제뿐 아니라 세계 이산화탄소의 70%를 배출해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되고 있다. 유엔에서 강조하듯이 21세기 지구의 지속 가능 발전은 실은 지속 가능한 도시 만들기에 달려 있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가운데 세계의 많은 도시가 건설 후 수십 년이 지나 노후해지면서 도시재생이 세계적인 과제가 되고 있다. 발상을 조금 바꾸면 산업문명 패러다임으로 만들어진 도시들을 새로운 시대 환경에 맞춰 재구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
21세기 지구의 최우선 과제는 기후 이변과 자연재해 급증이 강제하고 있듯이 인류의 생존 위협을 경감 예방할 수 있는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이다. 따라서 도시재생에서도 에너지·자원·물·식량·도시숲을 종합적으로 확보하면서 이에 필요한 서비스를 공급하는 포괄적인 환경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생존과 생계’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생태적 도시재생이 기본이 돼야 한다. 그리고 이 기반 위에서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활용해 환경뿐 아니라 안전·생활복지·교통 등 생활의 질 전반을 높이는 스마트시티로의 재생이 중요할 것이다.
서울 동북4구(성북·도봉·강북·노원)는 북한산-도봉산-수락산-불암산이 병풍처럼 둘러싼 마들평야를 중랑천이 흘러 서울에서 자연환경이 가장 수려한 권역이다. 한편 동북4구의 도시쇠퇴도는 서울시 평균을 상회해 도시재생이 중요한 공통과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필요성에 입각해 동북4구 도시재생협력지원센터에서는 동북4구의 풍요한 자연자원과 대학 및 지역사회의 인적자원을 활용한 지속 가능한 도시재생을 위해 세계의 생태적 도시재생 동향과 동북4구의 추진 방안을 논의하는 ‘생태적 도시재생 국제포럼’을 오는 10월15일 플랫폼창동61에서 연다. 생태문명 시대를 여는 바람직한 도시재생은 어떤 모습일까. 국내외 전문가들이 내놓을 대안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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