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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주택 갈아타기' 숨통 틀어막은 청약제도 개편

국토교통부가 ‘9·13대책’의 후속조치로 내놓은 주택청약제도 개편안은 무주택자에 대한 우선공급제 도입을 핵심으로 한다.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대폭 확대하자는 취지다. 우선권이 부여되는 만큼 무주택자 요건을 강화해 분양·입주권 소유자를 무주택자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과거에 주택을 소유한 적이 있는 신혼부부도 특별공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신규 주택을 우선 공급하자는 취지 자체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다만 무주택자에 대한 정책 배려가 지나쳐 1주택자의 신규 주택 갈아타기가 사실상 어려워진 것이 문제다. 개편안은 청약추첨제 물량의 75%를 무주택자에게 우선 배정한 뒤 잔여 물량도 청약에서 탈락한 무주택자와 1주택자를 대상으로 당첨자를 결정하도록 했다. 별도의 가점제를 감안하면 추첨제에서 1주택자가 청약할 수 있는 물량은 5% 안팎에 불과하다.

소득이 늘어나고 자녀들이 커지면서 중대형 주택으로 옮겨가는 것은 자연스럽다. 부동산 투기와 전혀 무관함은 물론이다. 기존 주택보다 신규 주택을 선호하는 현상을 고려하면 1주택자의 갈아타기를 지나치게 억제하는 청약 개편은 형평성 측면에서 어긋난다. 이들 역시 무주택자처럼 실수요자이기는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국토부는 1주택자가 당첨된 주택에 입주하면 6개월 이내에 집을 팔도록 하고 그렇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매긴다고 한다.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6개월의 주택매각 시한은 현실과도 동떨어져 있다. 처벌수위가 과도하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고의로 주택을 팔지 않으면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게 한다는 것은 과잉금지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 개인의 재산권 행사를 제약하는 데 법률이 아닌 시행규칙으로 규율하는 것이 온당한지도 의문이다.



무주택자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정책수혜가 특정계층에 쏠리면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기 마련이다. 신규 분양주택이 무주택자의 전유물이 돼서는 곤란하다. 국토부는 입법예고 기간 중 실수요자의 피해를 막고 과잉규제를 개선하자는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해 주택공급 규칙을 시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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