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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①] ‘미스터 션샤인’ 이정은 “내가 함블리라니, 시대가 변했나봐요”

/사진=양문숙 기자




“내가 함블리라니, 시대가 변하고 있나 보다.”

함블리. ‘미스터 션샤인’에서 이정은이 연기한 캐릭터인 ‘함안댁’에 ‘러블리’가 합쳐진 말이다. 함안댁은 귀한 애기씨(김태리)를 보필하는 몸종이었다. 주인공의 옆에 머무는 조연에 그칠 수도 있었지만, 김은숙 작가는 함안댁에 주연 못지않은 존재감을 실어줬다. 그리고 이정은은 푸근한 인상과 맛깔스러운 연기로 캐릭터를 살려냈다. 때로는 발랄한 연기로 웃음을, 때로는 진한 감정 연기로 감동을 선사한 이정은의 함안댁은 러블리 그 자체였다.

가슴 아픈 시대적 배경과 인물들의 애틋한 사랑으로 안방극장을 물들였던 ‘미스터 션샤인’이 막을 내렸다. 1년간 촬영을 이어 온 배우들 역시 시청자의 입장에서 드라마가 주는 뭉클함과 여운을 즐겼다.

“나도 보면서 뭉클함을 느꼈다. 촬영하면서 느꼈던 감정보다 화면이 더 잘 나왔더라. 배우들끼리 나눠서 촬영을 해서 다른 분들의 연기를 못 봤는데 방송으로 보면서 감탄을 한 적도 많다. 아무래도 주인공인 김태리 씨와 이병헌 씨의 연기가 인상 깊었다. 우리는 잠깐씩 재밌는 코드를 올려주고 진중함도 보여줄 수 있었지만 주인공들을 천천히 올라오는 감정을 유지해야 한다. 나도 이번에 단편 영화의 주인공을 맡았는데 감정을 이어가는 게 어렵더라.”

‘미스터 션샤인’은 1900년 전후 격동의 조선을 배경으로 했다. 신문물이 물밀 듯이 밀려오는 동시에 조선을 노리는 일본의 야욕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위태로운 시기에 인물들의 성장과 변화는 더욱 돋보였다.

“개화기라는 배경에서는 여러 인물의 변화와 다양한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었다. 신문물을 처음 접하는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타이밍이 잘 맞았다. 새로운 것을 처음 접하는 그런 표현들이 되게 재밌었다. 역사적으로 어두웠던 시기에 살던 사람들이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고 살아가는가에 대한 이야기라서 역사적으로도 화두를 던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함안댁 역시 변화한 인물 중 하나였다. 의병 활동을 하는 고애신(김태리)을 걱정스럽게 지켜보던 함안댁은 고애신을 지키기 위해 결국 의병이 됐다.

“장렬한 죽음을 맞이했지만 어떻게 보면 (고애신에 대한) 개인적인 애정이 그렇게까지 간거다. 부모들이 자기 자식을 사랑해서 남의 자식에 대한 사랑으로까지 번지는 것처럼, 그런 어떤 넓은 의미의 사랑이 의병 활동까지 이어진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함안댁이) 큰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고애신을 향한 작은 마음이 커진 거다. 그런 의미에서 고애신은 굉장히 상징적인 인물이었다.”



/사진=양문숙 기자


워낙 민감한 시대를 다룬 만큼 ‘미스터 션샤인’은 극 초반 역사 왜곡, 친일 논란 등에 휩싸였다. 하지만 이정은은 김은숙 작가를 향한 믿음으로 이에 대한 걱정을 지웠다. ‘미스터 션샤인’이 말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메시지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전체적인 시놉시스를 읽었기 때문에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목표를 알고 있었다. 약간의 굴곡이 있기는 했다. 너무 사대주의 적인 게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지만 어차피 격동의 시기에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고, 여과의 과정을 통해 제자리를 찾을 거라 믿었다. 그런 시각을 가지고 계신 분이 글을 쓰시기 때문에 믿고 따라갔다.”

비슷한 기간 동안 방영된 ‘아는 와이프’에서는 치매에 걸린 서우진(한지민)의 엄마 역으로 활약했다. 평소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그는 치매 환자를 밝은 캐릭터로 그려낸 작가의 의도에 공감했다.

“양희승 작가님과는 벌써 세 작품을 같이 했다. 역할 자체도 좋았다. 보통은 치매 환자들은 암울하다고 생각하는데 작가님은 치매 환자를 귀엽게 그리고 싶어 하셨다.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치매 환자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드라마 같다.”

‘미스터 션샤인’과 ‘아는 와이프’로 누구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냈던 이정은. 이제는 길거리에 나서도 많은 사람들이 알아볼 만큼 ‘대세 배우’가 됐다. ‘함블리’, ‘국민 엄마’, ‘국민 장모’ 등 이정은이라는 이름 앞에 붙는 많은 수식어가 그의 인기를 대변한다.

“대학가에 가면 사인을 해달라는 분들이 많아졌다. 마트에서도 실감한다. 요즘 매일 듣는 말이 ‘실물이 더 예뻐요’다. 지금은 그냥 귀엽게 봐주시는 것 같다. 국민까지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아직 한참 멀었다. 국민 엄마, 장모도 좋지만 아직은 국민 언니가 괜찮을 것 같다. (웃음)”

/김다운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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