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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부 삶 살아가는 韓소녀와 英소년의 교감

청소년극 '오렌지 북극곰'





한 소년이 있다. 저 멀리 영국. 영국 이민 후 닥치는대로 일하는 엄마는 늘 집에 없고 소년 윌리엄은 혼자다.

혼자인 것은 한국의 한 소녀도 마찬가지다. 어릴 적 엄마는 멀리 떠났고 할머니와 사는 소녀 지영은 한국의 한 아파트에 늘 혼자 남겨져 있다.

이민자로, 여자로 한 세상에 뿌리 내리기 위한 발버둥은 영국이든, 한국이든 별반 다르지 않다. 학교에서조차 무색무취인 두 아이는 세상을 표류하다 서로를 감지하고 실낱같은 끈으로 연결되기 시작한다.

국립극단이 한국-영국 청소년극 프로젝트를 통해 제작한 연극 ‘오렌지 북극곰(Orange Polar Bear·사진)’은 한영 작가와 배우들의 합작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지난 11일 서울 백성희장민호극장 무대에 올라 오는 21일까지 공연되는 이 작품은 이미 2016년 한국어로 초연됐고 올해는 발전시킨 희곡을 한국과 영국의 배우들이 양국의 언어로 공연하게 된다.



한국과 영국에서 각각 주변부의 삶을 살아가는 두 아이를 빚어낸 것은 한국 작가 고순덕과 영국 작가 에반 플레이시(Evan Placey)다. 고순덕과 에반 플레이시는 한국과 영국을 오가며 작품을 개발했고 양국의 청소년들도 작품 개발 및 제작과정에 참여했다. 특히 작품 속 소녀와 소년의 통렬한 대사들은 워크숍에 참여했던 청소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바탕으로 한다.

작품의 연출은 영국 어린이청소년극 현장을 30여 년간 지켜온 연출가 피터 윈 윌슨(Peter Wynne-Willson)이 맡는다. 2016년에 이어 공연의 연출을 맡게 된 그는 “‘오렌지 북극곰’은 4년 이상이 소요된 장기 프로젝트이지만, 작품을 준비하는 하루하루가 새롭고 다채로웠다”고 말했다.

소녀 ‘지영’역은 초연 무대는 물론 청소년극 ‘좋아하고있어’ 등에서 열연한 배우 김민주가 캐스팅됐다. 또 소년 ‘윌리엄’역은 오디션을 통해 새롭게 발탁된 영국의 신인 배우 라자크 쿠코이(Rasaq Kukoyi)가 연기한다. 이번 공연 이후 ‘오렌지 북극곰’은 다음 달 영국 버밍엄 레퍼토리 씨어터(Birmingham Repertory Theatre)에서 현지 관객과 만난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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