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AFP통신과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1차 투표 때 예상을 깨고 압도적 1위를 차지했던 보우소나루 후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구애를 펼치는 한편 ‘극우주의자’라는 꼬리표를 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보우소나루 후보는 지난 1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나는 트럼프를 숭배하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위대한 미국을 원한다. 나도 위대한 브라질을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자신을 위험한 극우주의자로 평가하는 여론을 의식하면서 지지기반을 넓히려 애쓰는 모습도 보였다. 보우소나루 후보는 “나는 극우가 아니다. 내 행동에 극우가 있는지 어디 한번 지적해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동성애 혐오, 반이민 발언을 쏟아내면서 남미의 대표 좌파국가였던 브라질에 극우 열풍을 확산시켰다. 또 마약거래조직과 부패 정치인 난립을 막기 위해 총기 소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보우소나루 후보는 미국의 대표적 극우 인사인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와 자신의 아들이 유착 관계라는 보도에 대해 ‘전형적인 가짜뉴스’라면서 부인했다. 브라질의 한 언론은 지난 8월 배넌이 보우소나루 후보의 아들 에두아르도에게 ‘당신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나를 맘대로 활용해라’고 말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에두아르도는 인스타그램에 배넌과 찍은 사진과 함께 ‘좋은 만남을 가졌고 문화 마르크스주의에 함께 힘을 합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구설수에 올랐다.
반면 아다드 후보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후계자라는 이미지를 벗으려 애쓰고 있어 눈길을 끈다. 아다드 후보의 대선 홍보물에서는 11일부터 룰라 전 대통령의 사진이나 이미지를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아다드 후보와 브라질공산당(PC do B)의 마누엘라 다빌라 부통령 후보의 사진만 등장한다. 노동자당을 상징하는 붉은색이 눈에 띄게 줄었고 “아다드가 곧 룰라”라는 문구도 없어졌다. 대신 중도진영의 표를 의식한 듯 “브라질을 위해 단결하자”는 구호가 등장했다.
이 같은 행보는 ‘좌파 아이콘’ 룰라 전 대통령이 부패혐의로 수감된 상황에서 ‘룰라의 후계자’라는 이미지가 아다드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룰라의 꼭두각시’라는 우파진영의 공세를 차단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룰라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였던 아다드 후보는 구속 수감으로 출마가 좌절된 룰라 전 대통령을 대신해 대선에 출마했다.
룰라 전 대통령도 자신이 아다드 후보에게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다드 후보가 1차 투표 후 남부 쿠리치바 시에 있는 연방경찰에 수감된 룰라 전 대통령을 면담했지만 이 자리에서 룰라 전 대통령은 “대선이 끝날 때까지 더는 나를 찾아오지 말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자당은 예비 각료 명단도 예정보다 앞당겨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과 시장에 신뢰를 줄 수 있는 인사들을 명단에 올려 지지 기반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보우소나루 후보는 이미 10여 명의 예비 각료 명단을 공개하면서 기선잡기에 나선 상태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보우소나루 후보가 아다드 후보에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Datafolha)가 지난 10일 발표한 지지율 조사 결과를 보면 보우소나루 후보가 49%로 36%를 기록한 아다드 후보에 13%포인트 앞섰다. 기권 의사를 밝히거나 지지할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응답자를 제외한 유효득표율에서는 보우소나루 후보는 58%, 아다드 후보가 42%를 기록해 양자 간 격차가 더 벌어졌다. 다만 주요 정당들이 대선 결선투표에서 사실상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할 방침을 정했고, 기권하겠다는 유권자들이 많은 상황이어서 경합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선 투표는 28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치러진다. 1차 투표 때는 보우소나루 후보가 46.03%의 득표율을 기록해 아다드 후보(29.28%)에 크게 앞섰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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