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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 유재명, “감사한 일 많아..잠시 멈춰서 숨쉬기를 하고 있어요”

“2018년은 최고의 시기이자 최고의 위기일 수 있어”

유명세 NO “잠시 멈춰서서 자주 숨쉬기를 하고 있는 중”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정확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껴요. 새로운 방법론과 태도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tvN ‘응답하라 1988’ 속 동룡이 아버지로 눈도장을 찍고, ‘비밀의 숲’에서 서부지검 차장검사 이창준 역을 맡아 ‘중년의 섹시미를 지닌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은 배우 유재명이 영화 ‘명당’(감독 박희곤)으로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고 고백했다.

부산에서 연극배우 활동을 이어온 그는 2001년 영화 흑수선’으로 매체 연기를 시작했다. 이후 ‘사생결단’, ‘범죄와의 전쟁’, ‘관상’, ‘베테랑’ ‘대호’ ‘4등’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드라마 쪽에선 ‘질투의 화신’, ‘힘쎈여자 도봉순’, ’슬기로운 감빵생활’ ,’굿와이프’ ,‘라이프’와 ‘탁구공’ 등에 출연했다. 단역이었던 유재명이 배우로서 존재감을 각인시킨 작품은 2015년 ‘응답하라 1988’. 이후 영화 ‘하루’와 tvN ‘비밀의 숲’을 통해 배우로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었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배우 유재명/사진=양문숙 기자




2018년 영화 ‘명당’은 배우가 현장을 즐기면서 하는 기쁨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 작품이었다.

“오래 연극을 하다 영상 매체를 시작하게 된 건 드라마 ‘응답하라1988’였어요. 신원호 PD는 저를 배우로서 알아봐주고 처음 크게 써준 분이에요. 그 덕분에 ‘비밀의 숲’에선 또 다른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줄 수 있었죠. ‘응답하라 1988’이 시작이라면, ‘비밀의 숲’은 저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해준 작품입니다. 추석 시즌 관객을 만나는 ‘명당’이 제겐 완성점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새로운 시작이자 삶의 화두를 던지는 작품으로 기억 될 것 같아요.”

지난 달 개봉한 ‘명당’은 땅의 기운을 점쳐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천재 지관 박재상(조승우 분)과 왕이 될 수 있는 천하명당을 차지하려는 이들의 대립과 욕망을 그린 작품. 유재명은 타고난 장사꾼 구용식으로 분했다. 장동 김씨로부터 가족을 잃은 친구 박재상을 13년 간 살뜰히 챙길 만큼 정이 많은 그는 복수를 꿈꾸는 박재상을 걱정하면서도 그를 돕기 위해 기꺼이 박재상의 곁에 머문다.

‘명당’은 ‘하루’ 이후 역할이 가장 큰 작품이었다. 유재명은 “감사한 작품이자 기적 같은 일”이라고 표현했다.

영화 ‘명당’ 속 유재명과 조승우


영화 ‘명당’ 속 유재명과 조승우


“‘명당’은 영화 ‘하루’ 이후 큰 역할을 맡은 작품이라서 부담스럽긴 했어요. 그러다 동료 배우들을 보면서 할 수 있을 거라 믿음이 왔어요. 백윤식, 조승우, 지성, 김성균 등 배우들의 눈빛이 모두 다 좋았거든요. 작품 속 캐릭터들 사이에 씨줄과 날줄의 교차점을 보고 자신감이 생겼죠.”

“그동안 어머니에게 제가 출연한 작품을 한 번도 보여주지 못했는데, ‘명당’은 어머니에게 처음으로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할매가 극장에 앉아서 보시면, 두리번 두리번 구경도 하시면서 ‘희한하네’ 라고 말할 그런 영화인 것 같아요.“

구용식은 ‘서민을 대표하는 원초적인 욕망을 지닌 인물’이다. 단순한 조력자가 아닌, 서민의 희망을 품은 인물이자 신념을 지닌 인물 그려지는 점 역시 배우에게 도전하고 싶은 욕망을 안겼다.



“구용식은 ‘살아야 한다’는 서민들의 원초적인 욕망을 지닌 사람이죠. 욕망이 들끓는 권력자들 사이에서도 살고자 하는 강렬함이 그 누구보다 강해요. 또 결국 살아나는 인물이죠. 시련을 겪으면서도 박재상을 저버리지 않는 점도 흥미로웠고요. 코미디적인 호흡을 의도적으로 가져가려고는 하지 않았아요. ‘살고자 하는 욕망’이 절실하다보니 의도치 않은 웃음이 생겼어요. 개인적으론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제 연기가 작품 전체의 밸란스를 깨뜨리면 안 되는거잖아요.”

‘명당’은 영화의 테마, 연기, 음악, 미술 등이 조화롭게 펼쳐진다. 자극적인 포인트를 내세우지 않고 ‘인간의 본성에 관해 작게나마 화두를 던질 수 있는 작품’이다. 유재명은 “조화로운 작품 안에서 제 역할을 해 낼 수 있어 행복했다”고 지난 시간들을 돌아봤다 . 무엇보다 ‘명당’은 유재명이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의 보물 보따리를 풀어내게 한 영화이다.

배우 유재명/사진=양문숙 기자


배우 유재명/사진=양문숙 기자


“전에는 ‘잘하고 싶어서 파이팅’ 하는 마음이 컸다면, 이번엔 여유를 가지고 했던 것 같아요. 늦게 일을 시작해서 그만큼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저를 몰아붙이면서 했어요. 실수를 하지 않고 싶었거든요. 박희곤 감독님이 믿어주셨던 점이 가장 컸죠. 마음껏 하라고 했어요. 이번 ‘명당’을 촬영하면서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정확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새로운 방법론과 태도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

누군가는 유재명을 놓고, 무명배우에게 ‘유명배우’가 됐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무명배우란 단어엔 어폐가 있다” 며 “모든 배우들에겐 이름이 있고, 역할의 방향이 다를 뿐이다”고 소신을 전했다.

“무명 배우란 말 보단 단역 배우란 말이 맞다고 생각해요. 짧게 출연하면 무명 배우라는 말을 쓰시기도 하는데, 짧게 출연하더라도 내 역할의 몫을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해요. 계속 출연하다보면 비중이 커지는 날이 오겠죠. 자기 길을 책임감 있게 가다보면 나를 믿어주는 좋은 분과 좋은 작품이 찾아온다고 생각해요.”

2018년은 유재명에게 특별한 한 해다. 쏟아지는 작품 콜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으니 말이다. 현재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 개의 별’에도 출연 중이다. 게다가 ‘일’과 ‘사랑’ 모두 잡았다. 그는 10월 21일 5년간 교제한 여자친구와 결혼한다. 배우는 “감사할 일이 많이 생기면서 지금이 최고의 시기이자 최고의 위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털어놨다.

“한 길만 파다 보니까 누가 많이 도와준 것 같아요.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사실 많은 관심들을 보여주면서 앞으로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와는 같은 방법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는 생각도 들어요. 최고의 시기가 최고의 위기가 될 수도 있잖아요. 새로운 방법론, 새로운 태도 등에 대해 책임감이 생겼어요. 중심을 단단하게 잡아야겠다는 생각과 함께요. 확실한 건 앞으로 작업에 있어서, ‘책임감’이란 단어를 더욱 고민하게 된거죠. 배우가 잘 릴랙스 해야 하는데, 어깨에 뽕이 들어갈까봐 걱정이 되는거죠. 잠시 멈춰서서 자주 숨쉬기를 하고 있어요. 제 어깨에 짊어질 무게감을 현명하게 이겨내야죠.”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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