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신기술이 적용되는 핀테크 같은 분야는 유권해석이 늦어질수록 사업 착수가 지연돼 경쟁력이 뒤처질 수 있다. 법적인 불확실성을 없애려면 시장에 이미 나와 있는 모델을 따라 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사업의 혁신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회신을 기다리다 지쳐 아예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답신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통에 신사업의 위법 여부를 알 수 없어 감에 의존해 일하고 있다는 하소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이 된 것은 다른 부처와의 의견충돌 등을 의식한 금융당국의 소극적인 자세 탓이 크다. 1년이 넘는 유권해석 기간은 문제 발생 시 책임을 피하려는 보신주의가 만연해 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기회 있을 때마다 금융당국이 신사업 규제 완화를 외치고 있는 게 무색하다. 이러니 기업들이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 최근 네이버가 창업 후 최대인 7,517억원을 일본에 투자해 핀테크 거점을 만들기로 했다. 카카오는 이미 블록체인 자회사를 일본에 세웠다.
금융만이 아니다. 한 바이오 업체는 어렵게 개발한 유전자검사 서비스를 해외에서 선보여야 했다. 모두 국내에서 제대로 규제가 풀리기를 기다렸다가는 글로벌 경쟁에서 낙오될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오죽 국내 환경이 답답했으면 해외로 떠나겠는가. 정부는 이 같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말뿐인 규제혁신은 신사업의 싹을 자르고 기업들을 해외로 내몰 뿐이다. 이제는 행동으로 보여줄 때가 됐다. 무엇보다 신사업은 사전규제의 유혹을 버리고 사후에 처벌을 강화하는 식으로 규제의 틀을 빨리 전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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