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함선 ‘돈스코이’호를 내세운 투자사기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신일해양기술(옛 신일그룹) 관계자가 “돈스코이를 인양할 계획이 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신일그룹 돈스코이 국제거래소’(이하 국제거래소) 사내이사 허 모(57) 씨는 15일 오전 10시 10분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리는 서울 영등포구 남부지법에 출석하며 이같이 말했다.
정장에 회색 셔츠, 넥타이 차림에 뿔테 안경을 쓰고 20분가량 일찍 법원에 도착한 허씨는 시종일관 단호한 목소리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고, 불쾌하다는 듯 기자를 향해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취재진이 돈스코이호 인양 계획이 있었는지 묻자 허씨는 “있다. 인양할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고, 혐의를 인정하는지 묻자 “안 한다”고 답했다.
취재진이 ‘피해자에게 할 말 있나’라고 묻자 “피해자가 어떤 분들인가, 인양할 건데. 나는 코인과 관련이 없다”라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심사에서 어떤 말을 할지, 영장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는지 묻자 허 씨는 “있는 그대로 소명하겠다. (결과는) 지켜봐야 알 것”이라고도 했다.
허씨는 신일그룹 전 사내이사 김 모(51) 씨와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허씨와 김씨는 이날 서울남부지법 이환승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영장 심사를 받는다.
함께 영장심사를 받는 김씨는 취재진과 마주치지 않고 법정을 향했다.
신일그룹과 국제거래소는 돈스코이호의 가치가 150조 원에 달한다고 부풀려 홍보하며 가짜 가상화폐 신일골드코인(SGC)을 발행해 나눠주고 총 90억 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끌어모은 혐의(사기)를 받고 있다.
실제 돈스코이호에 금괴가 있다는 신일그룹 측의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신일그룹은 이 배를 인양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신일그룹 관계자 중 허씨와 김씨가 사기에 가담한 정황이 무겁다고 보고 수사에 나선 이후 첫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두 사람의 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나 다음날 새벽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성문인턴기자 smlee9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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