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해외칼럼] 중국과의 냉전, 홈경기에서 이겨야

원제 A cold war against China is won at home

美정부내 中대응전략 분열 양상

관세·군사위협은 최상방법 안돼

AI분야 등 거센 中도전 맞서려면

생산적 정치·경제 리모델링 시급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CNN ‘GPS’ 호스트

파리드 자카리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가장 중요하면서도 지속적인 결정은 중국을 향한 미국의 정책에 관한 것일 터다.

대법원의 인적 구성 혹은 이민정책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21세기가 지구상에서 가장 부강한 두 국가 사이의 충돌로 점철될 것인지 아니면 협력으로 특징지어질 것인지다.

이 같은 질문이 마지막으로 제기된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150년 전 영국이 떠오르는 세력인 독일과 맞설 때였다.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냉전이 종식된 후 우리는 진정한 강대국들 사이의 경쟁이 거의 없는 시기를 보냈고 그 결과 역동적인 글로벌 경제와 국제적인 교역 및 여행, 문화와 상호교류 확대가 이뤄지는 시기를 맞게 됐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논쟁의 여지가 없는 미국의 군사적·정치적·경제적·문화적 우월성 아래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이제 미국 독주시대는 막을 내렸다.

불과 25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은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2% 미만을 차지하는 데 그쳤지만 오늘날 중국의 글로벌 GDP 점유율은 15%로 24%인 미국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향후 10년 안에 중국은 경제 규모 면에서 미국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닌 20대 테크놀로지 업체 가운데 9개가 중국에 자리 잡고 있다.

이와 함께 베이징은 국방비 지출을 대폭 늘리고 해외 지원 및 국제 문화교류 확대에 박차를 가하면서 글로벌 무대에서 대적할 상대조차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활동적이며 진취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다.

수십 개 국가에 대한 기간투자 전략인 일대일로 신실크로드 구상은 인플레이션 조정을 거칠 경우 마셜플랜에 비해 최소한 7배나 큰 규모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대해 몇 가지 올바른 직감을 갖고 있다.

베이징은 자유무역을 악용했고 중국을 글로벌 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미국의 바람을 십분 활용했다.

트럼프는 중국과의 힘겨루기까지 불사하며 무역 문제에서 전임자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대전략은 직감만으로는 안 된다.

워싱턴이 보다 전략적이 되려면 무역 면에서 유럽·일본·캐나다와 동맹관계를 맺어 중국에 대해 연합전선을 펼쳐야 했다. 연합전선이 형성되면 베이징은 거의 틀림없이 이를 묵인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미국은 태평양 국가들에 중국의 경제 시스템에 대한 대안을 제공하기 위한 방안으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수용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상호 충돌을 일으키는 계획과 수사로 ‘중국 전략’을 대신한다.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는 미중 관계라는 보다 광범위한 이슈를 놓고 분열된 양상을 보인다.

한쪽 편에는 국제적 시스템의 기본 틀 안에 그대로 머물면서 거친 언사와 관세를 이용해 중국으로부터 유리한 거래를 끌어내려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같은 인물들이 서 있다.

다른 쪽에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장처럼 미국과 중국이 서로 깊숙이 엮이는 것을 원하지 않는 자들이 버티고 있다.

의심할 나위 없이 이것은 중상주의 쪽으로 기울어진 세계 경제와 지금보다 훨씬 긴박한 세계 질서를 의미한다.

지정학자들 사이에도 유사한 분열이 존재한다. (특히 막대한 예산을 배정받는) 국방부는 매파적 태도를 보이는 데 비해 국무부는 훨씬 유화적이다.

최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불같은 연설로 미국이 중국과 신냉전 상태에 돌입했다고 선언하기 일보 직전의 상태까지 내달았다.

중국에 ‘적’이라는 노골적인 꼬리표를 붙이는 것은 미국의 전략에 지각변동이 일어났음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베이징의 즉각적인 반응을 초래할 것이고 그 결과 우리는 분열되고 불안정하며 번영의 단맛이 떨어진 세계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대립적인 접근법이 지니는 위험성을 사전에 충분히 생각했기를 바랄 뿐이다.

중국이 실제로 슈퍼파워의 지위를 놓고 미국과 다투는 주된 라이벌이라면 역사적 시각에서 이 같은 도전을 다룰 최상의 방법은 관세라든지 군사적 위협이 아니라 미국의 재활성화다.

미국이 소련에 우세를 보인 것은 베트남전을 벌였다거나 니카라과의 콘트라 반군을 지원했기 때문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소련에 비해 훨씬 활기차고 생산적인 정치·경제 모델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주 간 고속도로 시스템을 건설하고 달에 인간을 착륙시키며 과학과 테크놀로지 분야에 어마어마한 재정 지원을 하는 것으로 소련의 위협에 맞섰다.

구글 차이나의 전직 수장인 리카이푸는 자신의 중요한 저서를 통해 21세기 테크놀로지의 결정판으로 꼽히는 인공지능(AI) 경쟁에서 중국이 승리할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그는 중국의 기업들이 대단히 혁신적이고 정부 역시 장기적 관점에서 대대적인 투자를 하려는 열의를 갖고 있으며 사업가들도 결의와 투지로 가득 차 있다고 지적했다.

관세와 군사적인 기동훈련은 전술적 차원에서는 좋을지 모르나 미국이 직면한 핵심적인 도전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

미국은 필사적으로 기반시설을 재건하고 망가진 교육 시스템을 개선하며 기초과학과 연구에 대한 지출을 늘리는 한편 미국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정치적 기능장애를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당면한 위협이 중국이라면 그것이야말로 최상의 대응책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