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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 ‘암수살인’ 김윤석, “유혹적인 클리셰 버렸다..밀도 높은 심리전으로 승부”

“‘암수살인’은 범인을 체포하고 나서 종결되는 것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이야기”

형사들이 꼽은 형사 역 1위라는 찬사를 얻은 배우 김윤석이 다시 한번 형사로 돌아왔다. 이번엔 ‘우리 옆에 꼭 있었으면 하는 형사’로 관객을 만났다. 소신과 예의를 지키면서 차근 차근 자신의 본분을 지켜나가는 형사 말이다.

김윤석은 “형사님이든 직장 상사든 이런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세상이 재미있을 것 같다”며 “저 역시도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석과 주지훈이 주연한 영화 ‘암수살인’(감독 김태균·제작 필름295)의 흥행 기세가 상당하다. 3일 개봉해 일주일 만인 9일 손익분기점인 200만 관객을 가뿐히 넘어섰다. 개봉 8일 만에 결국 역주행에 성공하더니 15일 현재 283만관객을 동원했다.

배우 김윤석 사진 = (주)쇼박스




지난 3일 개봉한 김윤석 주연의 영화 ‘암수살인’은 감옥에서 7건의 추가 살인을 자백하는 살인범과 자백을 믿고 사건을 쫓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 실화극이다. 김윤석은 추가 살인혐의를 고백하는 강태오(주지훈 분)의 진술을 토대로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정의로운 형사 김형민으로 열연했다.

여느 범죄 수사극과 달리 집요하면서도 담담한 심리전이 핵심인 ‘‘암수살인’은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다룬 ‘감옥에서 온 퍼즐’ 편을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다. 김태균 감독이 실제 주인공인 김정수 형사를 직접 만나 약 6년간 취재 끝에 재구성했다. 실제 형사를 만난 김윤석은 “더 큰 책임감이 생겼다. 이 세상에 필요한 진짜 형사의 모습이었다”고 실제 주인공의 모습을 떠올렸다.

“이 형사님은 일반 회사원처럼 자켓을 입고 옷도 잘 갖춰 입고 다니는 느낌이었다. 외모적인 부분이 다르다는 의미가 아닌, 자켓을 입고 다닌다는 건 상대에 대한 예의를 지킨다는 뜻이다. 그런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 점을 영화에도 반영했다. 살인범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실제로 자신의 위치가 엄청나게 강등됐는데도 포기하지 않으셨다. 정말 멋있다.”





‘암수살인’의 장점은 리얼리티다. 사건의 정보 하나 하나를 놓고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계속 조사하고 조사했다. 김윤석은 “김태균 감독을 툭 치면 어마어마한 자료들이 줄줄이 나온다”고 표현했다. 작품의 주인공인 김윤석은 “실화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에 대한 것도 놓치지 말아야 했다.“ 고 작품의 포인트에 대해 언급했다.

“감독은 ‘암수살인’에서 남녀노소, 부자와 평범한 사람을 막론하고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암수살인’ 말 그 대로 이 사건들은 실종 신고조차 없어서 해결되지 않는 사건들이다. 실종신고가 정말 미약한 단서가 되는 건데 그게 없다면...결국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건 관심이다. 사건에서 범인이 누구인가보다는, 자칫 묻혀질 피해자를 찾기 위한 노력과 열정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생각한다.”

연쇄살인범과 형사의 맞대결을 그린 영화지만 극 중 김형민은 욕도 하지 않고 폭력을 쓰지도 않는다. 거칠게 몰아붙이는 ‘형사물 클리셰 ’속 형사를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새로운 영화 전개법에 흥미를 느낄 법 하다. 인물 설정 뿐 만이 아니다. ‘암수살인’은 장르의 통념을 깨고 피해자를 역추적하며 사건의 추리와 해결에 초점을 둔 영화다.



김윤석은 “성공하는 상업영화를 만들기 위해 이런 요소들은 유혹적인 클리셰”지만, ‘암수살인’은 현실적이면서도 밀도 높은 심리전만으로 승부하는 영화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액션은 없지만 믿음이 가는 형사가 등장한다. ‘형사 콜롬보’ 같기도 하다. 완전히 비슷하지는 않지만 김형민 형사가 사건을 추리하고 해결하는 방식이 범인 체포에 그치지 않고 피해자의 존재까지 확인한 다음에 마침표를 찍는 마인드에 믿음이 갔다. 이런 형사물이 한 번은 나와야 하지 않나 갈증이 있던 차였다. 드라마의 밀도가 높고 완성도가 있다면 상업적 조미료 없이도 본질에 접근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 아닐까. ”

“이 작품은 범인을 체포하고 나서 종결되는 것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풀어나가는 과정이 다르다. 상업적인 요소들을 가미하다보니, 형사가 히어로처럼 등장하는 것들이 많다. 에너지와 정의감이 넘치는 모습들. 그러나 ‘암수살인’은 그런 요소들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 아니다. 밀도 있고 치열한 심리전은 말로는 쉽지만 만들기 굉장히 어려웠다. 끝난 후 ‘우리가 작품을 하나 만들었구나란 뿌듯함이 생기더라.”

살인마와의 두뇌 싸움을 벌이는 형사 김형민은 김윤석 그 자체였다. 김윤석은 살인범의 자백을 믿고 피해자를 찾아 헤매는 형사 김형민 역을 맡아 새로운 구조의 형사물을 완성하며 ‘김윤석의 저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배우가 영화 속에 그리고자 한 형사는 ‘유연하지만 안에서 단단한 심이 있는 형사“였다.

배우 김윤석 사진 = (주)쇼박스


배우 김윤석 사진 = (주)쇼박스


“이 나이가 되면 정말로 그런 사람들을 보게된다. 두드러지지 않지만 조용히 자기 길을 잘 가는 사람 말이다. 자신만의 추리와 끈기, 의지로 단서를 하나하나 놓치지 않는다고 할까. 분별력 있으면서 예의바른 사람을 담아내고 싶었다. 묵묵히 집념을 발휘하는 형사가 필요하지 않나. ”

김윤석은 실존하는 이 시대의 파수꾼 같은 인물을 연기할 수 있어 행운이다고 했다. 김태균 감독과 김윤석 주지훈의 마음이 한 길로 통했다. 장르적 쾌감보다 ’본질’과 ‘여운’에 집중한 영화도 통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증명한 것.

“ ‘암수살인’의 진정한 주인공은 김형민도 강태오도 아니다. 존재 했는지, 존재하지 않았는지도 알 수 없는 피해자들이다. 이 영화가 만들어져야 하는 동력은 피해자들이다. 마지막 엔딩에서도 “어디있노 니” 란 대사가 나온다. 계속 생각나게 하는 대사다. 영화의 메시지를 한마디로 이야기 하면 ‘관심’이다. 감독님이 형민을 통해 이 시대의 파수꾼 같은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형사만이 파수꾼은 아니다. 우리 모두가 파수꾼의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 가을에 잘 어울리는 영화다. 많은 관객들이 영화가 주는 여운을 안고 가셨으면 한다. 바쁘게 살다보니 놓쳐버린 사람들에 대해 다시 돌이켜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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