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15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고위급회담을 열고 남북 철도·도로 착공식을 오는 11월 말~12월 초에 진행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한 남북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을 위한 경의선 철도 현지 공동조사는 10월 하순부터, 동해선 철도 현지 공동조사는 11월 초부터 시작된다. 다만 이는 경협 사안으로 북한의 선(先) 비핵화 조치, 후(後) 제재 완화라는 미국의 비핵화 해법과는 괴리가 있어 한미관계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관련기사 37면
남북은 이외에도 장성급 군사회담을 이른 시일 안에 개최해 남북군사공동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문제도 토의하기로 했다. 금강산 지역 이산가족면회소의 복구와 화상상봉, 영상편지 교환을 위한 남북적십자회담도 11월 중 금강산에서 열린다. 양측은 양묘장 현대화 등 산림 분야 협력을 위한 회담을 이달 22일, 남북보건의료회담을 이달 하순께, 2032년 하계올림픽 공동개최를 협의할 체육회담을 이달 말께 각각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잇따라 개최하기로 했다. 남북은 북측 예술단의 남측 지역 공연과 관련한 실무적 문제들도 이른 시일 안에 협의하기로 뜻을 모았다. 우리 측 수석대표로 참석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회담 성과에 대해 “우리 민족의 화해와 번영 평화를 위해 우리가 시간을 더 빠르게 할 수 있으면 빠르게 하는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북측 수석대표로 참석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도 “합의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을 어떻게 이행하는가에 따라 북남관계의 개선과 발전의 전진속도가 많이 좌우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북이 철도·도로 착공식과 산림분야 협력 등 경협에 속도를 강조한 것은 비핵화 협상의 판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장기전 양상을 띠고 11월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기조도 유동적인 만큼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을 유지하기 위한 연결고리로 경협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미 재무부가 최근 국내 은행에 대북 제재 준수를 강조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가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 제재의 고삐를 더욱 죄고 있는 점은 변수다. 미국이 남북교류사업을 제재 완화 조치로 볼 경우 철도·도로 착공식 등 경협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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