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행동주의 투자가로 알려진 칼 아이칸이 15일 공개 서한을 통해 “델 테크놀로지의 자사주 매입을 거부할 것”이라며 델의 재상장 계획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아이칸은 이날 서한을 통해 델의 트래킹 주식을 8.3%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VM웨어 이익과 연계된 델의 자사주 매입을 거부할 것을 투자자들에게 종용했다.
아이칸은 “델 트래커가 주당 92달러에 매각하는데 단순히 산수만 하더라도 대략 가치가 주당 144달러에 달한다”며 델이 제안한 자사주매입에 반대하라고 말했다.
앞서 델은 지난 7월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업체 VM웨어와 217억달러 규모의 주식 스왑을 통해 뉴욕 증시에 재상장키로 합의했다. 델이 VM웨어의 가상화 소프트웨어 부문에 연동된 트래킹주식인 델 테크놀로지스(DVMT) ‘클래스V’를 자사의 비상장 보통주인 클래스C로 교환하는 것이다. 트래킹주식은 한 기업의 특정 사업 부문을 분사나 경영권 분리 없이 따로 발행한 주식을 말한다.
다만 이 같은 델의 거래는 주요 주주 중에 거물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포진해 있어 난관이 예상됐다. 특히 델의 창업자 마이클 델과 악연이 있는 아이칸의 반대가 예상됐었다. 아이칸은 최근 몇 달에 걸쳐 트래킹 주식 지분을 늘리며 델을 압박했다. WSJ는 아이칸 측이 과거 델과의 악연도 있고 특히 급성장하고 있는 VM웨어 관련 주식을 델의 주식으로 교환하는 것에 탐탁치 않아한다고 전했다.
델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전세계 PC업계 1위를 차지했지만 2006년 휴렛패커드(HP)에 1위를 내주고, 레노버에도 밀리며 3위로 추락했다. 2013년에는 모바일 붐으로 PC 시장이 침체기에 빠지면서 델의 영업이익도 절반 가까이 하락, 위기에 빠졌다.
주주들의 압박이 거세지자 마이클 델 창업자는 사모펀드 실버레이크와 249억달러를 들여 모든 주식을 매수한 후 나스닥에서 자진 상장 폐지하고 비공개회사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아이칸 측은 6개월간 주주들을 설득해 이같은 거래에 반대표를 던질 것을 요구했었다. 아울러 자신이 델 주식 72%를 매수하겠다며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결국 패배한 바 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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