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의혹과 관련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 대한 제재를 잇따라 경고하자 사우디 정부가 공동수사는 물론 자체수사에 나서는 등 대응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사우디에 급파했다.
15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사우디와 터키의 공동조사단은 카슈끄지 실종 사태 조사의 일환으로 이날 오후부터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사우디 국왕은 또 이날 공동조사와는 별도로 자국 검찰에 자체수사를 지시했다.
지난 7일 사우디 왕실이 카슈끄지를 암살한 배후라는 주장이 제기된 후 연일 사건을 부정하던 사우디가 수사에 진척을 보인 것은 연일 가중되는 국제사회의 압박 때문으로 분석된다. 영국 야당인 노동당의 에밀리 손베리 의원은 전날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증거를 종합적으로 보면 사우디가 그 언론인을 죽였다고 암시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그들이 태도를 바꿀 때까지 사우디에 대한 무기판매 중단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주가지수인 타다울은 14일 전 거래일 대비 3.51% 떨어진 7,266.59에 마감하며 4거래일 연속 추락했다. 타다울은 이날 장중 7% 넘게 폭락하기도 했다. 지난주 외국인투자가들이 사우디 증시에서 1억6,000만달러의 주식을 순매도하면서 타다울은 4거래일간 8.47%나 빠졌다. 아울러 ‘사막의 다보스’로 불리는 사우디의 국제행사인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에 돌연 참석자들이 불참하겠다는 선언도 이어졌다.
이에 사우디는 외교부 성명을 통해 자국을 깎아내리는 어떠한 행태라도 더 크게 갚아주겠다며 국제사회를 겨냥한 보복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보복 방법으로는 원유 생산을 줄여 유가 인상을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는 관측에 15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장중 1% 넘게 상승하는 등 요동쳤다.
그러나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에너지장관은 이날 뉴델리에서 열린 인도에너지포럼에 참석해 “사우디는 책임감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원유시장을 계속 안정시킬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다음달 산유량을 늘릴 방침도 전했다. 현지 언론들은 사우디가 금기를 깨고 원유를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경고를 국제사회에 보낸 것과 동시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서방 우군의 압박이 높아지자 결국 굴복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카슈끄지 암살 의혹이 제기된 후 연일 사우디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사우디 국왕과 전화통화를 했다”며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사우디에 급파했다”고 밝혔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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