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오랜 집권 파트너인 기독사회당이 14일(이하 현지시간) 60년간 집권해온 텃밭인 바이에른주의회 선거에서 역사적인 참패를 하면서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 위기가 한층 심화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바이에른주 선거 결과는 독일 전국의 상황을 요약해 보여주는 것”이라며 대연정의 미래에 먹구름이 드리웠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 9월 총선 이후 1년여 만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의 패배로 오는 12월 전당대회에서 당수 재선을 노리는 메르켈 총리의 입지가 상당히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독일 공영방송 ARD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바이에른주 선거에서 기사당의 득표율은 37.2%로 지난 1954년 이후 처음으로 40%를 밑돌았다. 이에 따라 1962년 이후 두 번째로 과반 의석 차지에도 실패했다. 기사당과 정치적 연합을 이뤄온 기독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않았고 기민·기사당의 연정 파트너인 사회민주당의 득표율은 9.7%에 그쳐 지난 선거 대비 반토막이 났다. 반면 녹색당은 17.5%의 득표율로 2위를 차지했고 극우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은 10.2%의 지지로 바이에른 주의회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연방정부 대연정의 양대 축이 모두 참패한 이번 선거 결과는 난민에 관대한 입장을 취한 메르켈 정권의 난민정책에 대한 반감이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바이에른주는 오스트리아 등을 통해 난민이 유입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유독 난민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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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이미 각종 내홍으로 불안정한 메르켈 총리의 대연정이 더욱 흔들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 개편을 촉발해 기사당 대표인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의 사임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인리히 오버로이터 파사우언론연구소장은 “대연정의 미래에 의구심을 일으키는 결과”라며 “이 같은 분위기라면 기민·기사 연합과 사민당이 총선을 치르더라도 하원 과반을 차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에른주의 선거 결과는 독일 여론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 참패 결과가 대연정의 좌초를 의미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바이에른주 선거에서 보인 집권 3당의 지지율 하락은 이미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다는 점에서 대연정 수장인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 위기가 한층 더 심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28일에는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이 제1당으로 자리 잡은 헤센주 선거가 예정돼 있다. 그러나 현지 언론들은 사전 여론조사 결과를 볼 때 고전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만약 바이에른주에 이어 헤센주 선거에서도 연패할 경우 12월 전당대회에서 당수 재선을 노리는 메르켈 총리의 입지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평가다. 앞서 지난달 25일 기민·기사 연합 경선에서 13년간 집권한 메르켈 총리의 측근인 폴커 카우더 원내대표가 재신임에 실패하는 등 메르켈 총리의 당내 입지가 좁아진 상황이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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