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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텔링] 유튜브보다 넷플릭스 많이 본다는데…이대로 괜찮은 걸까

유튜브보다 더 오랜 시간 머무는 '넷플' 제국

전통 강자 HBO, BBC보다 콘텐츠 많이 투자

'고퀄리티' 영상 시대, 기존 산업엔 위협적

규제 vs 자율…올 연말쯤 결론 날 듯

‘넷플릭스 제국’에 드리운 명암 / 강신우 기자




▲유튜브보다 넷플릭스? (영상으로 바로보기)▲
‘Netflix and chill?’ 미국 남녀가 데이트할 때 즐겨 쓰는 말이라죠. 한국 버전으로 하면 ‘라면 먹고 갈래?’ 정도 되겠습니다. 그만큼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넷플릭스’가 얼마나 보편화돼 있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죠.

중국, 북한 등을 제외한 190개국에 서비스, 유료 회원수는 약 1억 3,000만 명, 하루 콘텐츠 소비량은 1억 4,000만 시간, 시가총액 1,530억 달러(165조 원)의 거대 기업. 20년 전 ‘월정액 DVD 대여 사업’으로 세상에 처음 등장한 이후 최초의 월정액 온라인 스트리밍 사업으로 지금은 IT 기업 중 가장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는 기업 ‘넷플릭스’의 놀라운 성과들입니다.

지난 5월에는 최대 미디어 기업인 월트 디즈니의 시가총액을 잠깐 뛰어넘어 세계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라는 타이틀도 얻었습니다. 신흥 강자가 전통 강자를 꺾은 역사적인 사건이었죠. 이처럼 잘나가도 너무 잘 나가는 1등 기업의 숙명일까요. 지구촌 곳곳에서 경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는 넷플릭스가 제작한 영화들을 후보작에서 배제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극장 개봉작이 아니란 이유였죠. 넷플릭스 측은 아예 칸국제영화제엔 참석하지 않겠다고 보이콧 선언을 했습니다. 정부 차원의 규제도 생겨났습니다. 유럽연합은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사업을 규제하는 법안을 올해 안에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역내에서 서비스를 하고 싶으면 최소 30% 이상은 유럽 안에서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고 못 박았죠. 프랑스·독일 등은 OTT 기업들의 수익 일부를 세금이나 영화진흥기금으로 추징하기로 했고요, 한국에서도 서버의 국내 설치를 의무화하고 유료방송사업자로 규정해 사전 심의를 엄격히 적용한다거나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받아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들 나라들은 왜 넷플릭스를 가만히 두지 않는 걸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넷플릭스가 기존 시장을 얼마나 뒤흔들고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1억 3,000만 명’ 구독자를 지닌 넷플릭스의 지구촌 서비스 가능 지역


먼저 미국 광대역 서비스 회사인 샌드빈(Sandvine)의 글로벌 인터넷 현상 보고서를 보죠. 미국 황금시간대 인터넷 다운스트림 트래픽의 절반(50.31%)은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차지했습니다. 이중 63%는 넷플릭스에서, 37%는 유튜브에서 왔습니다. 유튜브의 2배 가까이 많은 이용시간을 넷플릭스가 차지하고 있는 셈이죠.

이 같은 충성 시청자들을 기반으로 전통 유료 채널인 케이블TV 이용자들을 야금야금 가져왔습니다. 일명 ‘코드 커팅(cord-cutting)’ 현상입니다. 이제 넷플릭스는 미국 내에서 케이블TV 총 가입자수보다 더 많은 유료 회원수를 보유하게 됐습니다. 지난해 10월, 넷플릭스는 북미 지역 등에 한해 이용요금을 한차례 인상하기도 했는데요, 가입자 수는 오히려 폭발적으로 늘어만 갔죠.

넷플릭스는 최근 5년 동안 해마다 29%의 가입자 수, 35%의 매출액 증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각국 시장 점유율 등을 기준으로 추정해 볼 때 지금의 2배인 2억 5,000만 명의 유료 회원수를 모으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죠. 이는 전 세계 그 어느 미디어 회사도 가지지 못했던 숫자입니다.

이를 가능케 하는 힘은 바로 ‘오리지널 콘텐츠’에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지난 2013년에 공개한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시리즈로 성공을 거둔 뒤, 지금까지 수백여 편의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을 자체 제작해왔습니다. 또 각국의 수많은 콘텐츠들의 판권을 독점해 제공하기도 하죠.

2018년에도 80억 달러(9조 원)를 투입해 약 700여 편의 자체 콘텐츠를 제작할 계획임을 밝혔습니다. 넷플릭스의 경쟁사인 훌루 CEO조차 “컨텐츠가 너무 많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지요. 넷플릭스는 한해 총 매출 110억 달러(약 11조 7,000억 원)의 72%에 해당하는 금액을 다시 제작비로 쏟아 붓고 있습니다. ‘캐시 버닝(현금 소진)’ 전략입니다. 일단 계속해서 회원수를 끌어 모아 규모를 키우면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고, 좀 더 나은 오리지널 콘텐츠 뿐 아니라 기존 콘텐츠 업체와도 더 손쉽게 제휴할 수 있기 때문이죠.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수백억 원을 투자해 제작한 드라마들




전통 미디어로서는 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넷플릭스만큼 투자를 할 여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넷플릭스의 월 매출 1조 원은 국내 방송산업 전체의 월 매출과 맞먹는 규모입니다. 넷플릭스의 콘텐츠 투자 규모는 미국 전통 최대 콘텐츠 기업인 HBO의 연간 콘텐츠 투자액의 3배가 넘는 금액입니다. 프로그램 제작 역량이 최고 수준인 영국 BBC와 비교해봐도 무려 5.7배나 차이가 나죠.

이는 곧 콘텐츠의 질로 이어졌죠. 넷플릭스는 올해 미국 TV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에미상에 112개의 가장 많은 후보작을 내고 23개 부문 수상을 기록하며 전통 강자 HBO의 아성을 무너뜨렸습니다.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는 <로마>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넷플릭스 제국’의 등장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합니다. 우선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선 넷플릭스와 계약한다는 것은 안정적인 해외 매출을 보장한다는 뜻입니다.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만든 첫 예능 ‘범인은 바로 너’는 총 25개 언어로 번역돼 190개국에 서비스됐습니다. 단순히 자막 뿐 아니라 영상 내 글자, 그래픽 등까지 모두 현지 언어로 번역해 서비스하는 철저한 현지화가 특징입니다.

콘텐츠 소비자 입장에선 그동안 볼 수 없었던 큰 규모의 블록버스터급 영화나 드라마를 손쉽게 볼 수 있게 됐다는 점입니다. 한국에서 만든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는 300억원을, 6부작 드라마 킹덤에는 100억 원을 쏟아 부었습니다. 모두 한국 드라마 수준에선 역대급 제작비였죠. 앞으로 한국에서 제작 예정인 오리지널 콘텐츠에만 최소 1,500억 원 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바로 이 부분에서 생기죠. 넷플릭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제작비에 허덕이는 국내 방송사들은 출연자 섭외나 작품의 질이 점점 뒤떨어지게 되고 자연스레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게 될 우려가 있습니다. 방송사는 비용 투자 압박에 시달리게 되고 그 이후 콘텐츠 투자는 더 축소될 수도 있습니다. 영국, 스웨덴, 프랑스, 이탈리아 등 많은 유럽 국가들은 이미 VOD 시장의 80% 가량을 넷플릭스에 장악 당했습니다. 유럽지역의 케이블, 위성방송 업체들은 인수합병과 파산 위기에 내몰린 상황이죠. 최근 유럽이 넷플릭스에 대해 강력한 규제방안을 갖고 나온 것도 기존 산업을 보호하려는 심리가 작용한 것입니다.

유럽 국가별 넷프릭스 VOD 시장 점유율


거대한 중국 자본으로 돌아가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 시장을 풍자한 ‘찰리우드’


이렇게 막강한 해외 자본으로 만든 영화, 드라마가 확대 될수록 지금까지 우리가 봐왔던 고품질 한류 드라마를 더 이상 보지 못하게 될 우려도 있습니다. 왜, 지금도 할리우드 영화에 중국인이 뜬금포로 등장하는 사례 많이 보셨잖아요? 할리우드는 지금 ‘찰리우드(chollywood)‘라는 오명으로 불리고 있기도 합니다.

한편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기업들에 세금을 물리는 것은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란 주장도 있습니다. 고화질 영상으로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넷플릭스는 미국, 프랑스 등에서는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 정부나 한국 통신사에는 비용을 거의 내지 않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제작 환경과 견주어 볼 때 국내 제작사들은 영상 유통과정 전후에 사전 심의와 세금 지불 등 손발이 여기저기 묶인 셈이죠. 역차별 논란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다만 이들 해외 기업에 세금을 물리기 시작하면 결국 구독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세금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게 되는 꼴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죠.

최근 들어 순이익을 웃도는 초과 지출로 부채만 205억 달러에 이르는 비정상적인 구조와 예상보다 저조한 가입자 확보 실적 등으로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오리지널 콘텐츠의 힘은 무시할 수 없겠죠. 볼 게 차고 넘치는 콘텐츠, 촘촘한 개인 추천 알고리즘, 영상 플랫폼 중 가장 많은 기기 재생을 지원하는 편의성과 직관성, 190개국 현지 맞춤 서비스 등으로 무장한 넷플릭스는 앞으로도 더욱 승승장구 할 것이란 전망이 압도적입니다.

무턱대고 규제의 칼날만 들이댔다가는 국제 사회에서 국내 산업이 경쟁력에 뒤처질 우려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놓고 보자니 기존 산업을 뒤흔들거나 역차별 논란까지 불거져 나오는 상황. 과연 넷플릭스를 규제하는 게 옳은 걸까요, 규제하지 않는 게 옳은 걸까요?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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