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현지시간) 열린 브렉시트(Brexit) 협상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해 ‘노 딜’(No deal)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영국과 유럽연합(EU)은 막판 타결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입장이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15일 하원에서 “(양측 간) 의견 충돌이 좋은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을 망치도록 할 수 없다”면서 “협상 합의는 여전히 달성 가능하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는 “협상 합의가 영국과 EU 모두에게 최고의 결과라는 생각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회원국 정상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노 딜’ 시나리오가 그 어느 때보다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합의에 최선을 다할 것을 촉구했다.
투스크 의장은 “노 딜을 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가 최선의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것에서 멀어져선 안 된다”며 “포기하지 말자”고 했다.
그는 “우리는 EU 브렉시트협상 수석대표인 미셸 바르니에의 권고에 기반해 협상을 어떻게 진전시킬지를 결정할 것”이라며 “예상했던 것보다 더 복잡해졌지만 양측 모두에 이 협상을 계속하려는 선의가 있는 만큼 우리는 희망적이고 단호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협상을 통합 합의를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협상을 계속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고 마크롱 대통령은 “진전을 거둘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투스크 의장은 이틀간 일정으로 열리는 이번 EU 정상회의 첫날인 17일 영국을 제외한 27개국 정상만찬에 앞서 메이 총리가 27개 회원국 정상들에게 연설하는 시간을 마련해줬다.
‘노 딜’이 현실화할 경우 가장 큰 경제적 타격이 우려되는 아일랜드의 레오 바라드카르 총리는 11월 또는 12월에 합의가 이뤄질 것 같다고 관측했다.
앞서 도미니크 랍 영국 브렉시트부 장관은 전날 브뤼셀에서 미셸 바르니에 EU 측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를 만나 최대 걸림돌인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국경문제 등을 논의했으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영국이 EU와 탈퇴 협정 및 미래관계 협정을 맺지 못하고 결별하는 이른바 ‘노 딜’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메이 총리는 양측이 협상에서 큰 진전을 이뤘다고 전하면서도 아일랜드 국경 문제는 여전히 해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영국과 EU는 오는 2020년 말까지인 브렉시트 전환(이행) 기간에 합의하면서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 국경문제와 관련해선 영국이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북아일랜드만 EU 관세동맹 안에 두는 ‘안전장치’ 방안에 잠정적으로 합의했다.
메이 총리는 그러나 이 방안이 시행되면 영국 본토와 아일랜드 섬 사이에 국경이 생기고, 이는 영국 영토의 통합성을 저해하는 만큼 “어떤 영국 총리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대했다.
대신 메이 총리는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 안에 두는 방안을 제안했다.
메이 총리는 EU가 자신의 제안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장 구체적인 내용을 합의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 없는 만큼 EU는 북아일랜드만 관세동맹에 두는 기존 ‘안전장치’안을 대비책으로 남겨두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메이는 “우리가 이룬 진전에도 불구하고 EU는 ‘안전장치에 대한 안전장치’, 보험증서에 대한 보험증서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동안 영국의 통합성을 위협할 수 있는 어떤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혀온 만큼 영국 역시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메이 총리는 ‘안전장치’ 안을 일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영국과 달리 EU는 여전히 시한을 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시한을 못 박지 않은 ‘일시적’이라는 말 때문에 영국이 영구히 EU 관세동맹에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브렉시트 전환기간이 끝나는 2020년 말까지 양측이 미래 관계에 관한 합의에 도달하면 이같은 ‘안전장치’는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만약 ‘안전장치’가 필요한 경우가 오더라도 이를 일시적으로만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성문인턴기자 smlee9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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