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명품 브랜드인 구찌가 ‘짝퉁(모조품)’ 때문에 중국 1·2위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징둥닷컴과 ‘거리 두기’에 나섰다.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마르코 비자리 구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패션업계 회의에서 “중국 대부분의 인터넷 상거래 플랫폼에는 위조가 많다”며 “구찌는 진품·위조품 논란에 휩싸이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알리바바와 징둥닷컴 측과 제휴 문제를 놓고 접촉한 사실도 공개하면서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일단 기다리면서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밝혀 당분간 이들과 손잡을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명품 소비시장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의 명품 판매는 전년 대비 20% 증가한 약 1,420억위안(23조 2,000억원)에 달한다. 이중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한 판매액은 9%로 지난 2015년 6%에서 3%포인트 상승했다. 알리바바 등 중국 온라인플랫폼 회사의 제휴 노력이 한몫을 한 결과다. 계속 성장하는 시장인데도 구찌가 이들과 거리를 두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온라인채널 판매호조 불구 왜?
모조품 판매 만연…브랜드가치 뚝
징둥닷컴 등과 제휴 당분간 안할듯
구찌 CEO가 공개석상에서 노골적으로 중국 대표 온라인플랫폼과의 제휴를 꺼리고 있다고 밝힌 것은 거듭되는 중국발(發) ‘짝퉁’ 논란의 심각성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중국 짝퉁에 대한 경계심이 강하다. 미 상무부는 2016년 알리바바의 오픈마켓인 타오바오를 ‘짝퉁’을 유포시키는 ‘나쁜 시장’ 블랙리스트에 올리기도 했다. 심지어 구찌 모회사 커링그룹은 2015년 알리바바가 자사 플랫폼을 통해 핸드백과 시계 등의 위조품을 판매하고 있다며 미국 맨해튼 연방법원에 소송을 냈다가 지난해 취하한 바 있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프랑스 계열의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들은 대체로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한 판매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의 세계적 명품 브랜드 그룹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는 극소수의 브랜드만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판매하고 온라인 거래는 자사 웹사이트에서 진행하고 있다.
거리 두기에 나선 또 다른 이유는 거듭되는 ‘짝퉁’ 논란으로 명품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지 모른다는 우려다. 이에 따라 이들은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과 얽히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 한다. 비자리 구찌 CEO는 “우리는 (알리바바나 징둥닷컴 같은 전자상거래 사이트가) 명품 특유의 고급스러움(exclusivity)을 해치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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