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적인 토론 프로그램인 MBC ‘100분 토론’이 800회를 맞는다. 지난 1999년 10월 첫 방송 이후 만 19년 만이다. ‘100분 토론’은 특집으로 촌철살인 화법의 달인 이낙연 국무총리를 초청했다. 이 총리는 과거 국회의원 신분으로 3차례 ‘100분토론’에 출연한 바 있다.
오늘 토론을 위해 학생과 직장인, 자영업자, 주부 등 시민토론단 80여 명이 국정현안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 패널인 박상철 교수(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와 성태윤 교수(연세대 경제학과)도 참여해 토론의 깊이를 더할 예정이다.
방송 800회를 맞아 MBC 최장수 시사토론 프로그램 ‘100분 토론’이 걸어온 길을 수치와 주제를 중심으로 정리했다. ‘100분토론’이 매주 엄선했던 주제들은 당시 시대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패널 3,628명’ 800회까지 출연한 패널(누적 인원)의 숫자다. 역대 대통령들과 국회의원들에게도 ‘100분토론’은 정치인으로서 거쳐야 하는 필수 코스였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 시절을 포함해 총 출연횟수가 11회에 달한다. ‘100분 토론’은 고 노회찬 국회의원(패널 출연 횟수 32회)과 유시민 작가(24회), 진중권 동양대 교수(21회), 전원책 변호사(19회) 등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논객들을 배출하기도 했다. 문화예술인 중에선 가수 고 신해철 씨와 방송인 김구라 씨 등의 활약도 확인할 수 있다.
‘최고시청률 15.62%’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수치다. 웬만한 인기드라마 뺨치는 대기록을 세운 방송은 ‘노무현 대통령 초청토론: 참여정부 두 달을 말한다’(2003) 였다. 2위는 ‘정치권 물갈이 어디까지 되나’(2000) 였다(12.4%). 편성시간을 훌쩍 넘긴 ‘끝장토론’ 최장기록은 6시간 17분으로, 아직 유효하다. ‘한국정치의 미래를 열자’(2003)편으로 정치인과 시민운동가, 학계 인사까지 10명이 출연한 ‘블록버스터’ 토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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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주제까지?’ 지난 19년간 ‘100분 토론’이 다룬 주제는 방대하다. 분야별 주제 현황을 보면 정치(304개), 사회(182개), 경제(70개) 순으로 많았다. 대선주자 검증과 정치개혁, 집값과 물가 같은 무거운 주제만 다룬 것은 아니었다. ‘개그계 노예계약’, ‘한국축구의 앞날’, ‘프로야구 선수협의회’ 같은 문화 스포츠 분야 현안도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100분토론에서 이런 주제까지?’라고 생각할 만큼 이색 주제도 눈에 띤다. ‘중고생 두발 규제’는 18년의 시차를 두고 두 차례 등장(2000년, 2018년)했고, 채식 열풍이 분 2002년 초 ‘채식이냐, 육식이냐’를 주제로 다룬 방송도 시선을 끈다.
‘아~고민되네, 특집 토론’ 매주 힘겹게 방송을 준비하는 역대 ‘100분 토론’ 제작진의 진한(!) 고민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300회 특집(2006)의 주제는 ‘TV토론을 토론한다’였다. 개별 이슈가 아닌 ‘TV토론 프로그램’ 자체를 다룬 이색 특집으로 TV토론의 역할과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2008년 대한민국을 말한다’는 주제로 진행된 400회 특집은 그야말로 ‘100분토론 올스타전’ 격이었다. 유시민, 진중권, 고 신해철 등 무려 9명이 출연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한편 ‘100분 토론’은 16일 밤 12시 5분에 방송된다.
/김다운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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