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시험발사체가 오는 25∼31일 중 발사된다.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25일이 디데이다. 시험용 발사체지만 로켓엔진을 장착하고 우주로 날아가는 모든 과정은 일반발사체와 같은 기준과 절차를 따른다.
시험발사체를 쏘아 올리기 위한 준비는 거의 마쳤다. 그동안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에 참여하는 국내 산업체들과 75톤 액체로켓엔진의 성능 점검을 위해 90여차례의 엔진 연소시험을 했다. 최장 연소시간 260초, 누적 연소시간은 7,300초를 넘어섰다. 지난 7월에는 25일 쏘는 발사체와 동일하게 제작된 인증모델(QM)을 시험했다. 지상에서 진행할 수 있는 시험을 차근차근 거치며 기능과 성능을 점검해왔다.
그런데도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본발사에 앞서 시험발사체를 쏘는 것은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기’ 위해서다. 우주발사체 개발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충분한 기술 확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래서 시험발사체는 성패가 중요하지 않다. 성공하면 성공한 대로, 실패하면 실패한 대로 부족한 점을 찾아내고 보완하자는 것이 시험발사체의 취지다.
앞서 밝혔듯이 시험발사체에 장착한 75톤 액체로켓엔진은 그동안 수십 차례의 연소시험을 통해 성능을 시험해왔다. 시험발사체 발사에서는 이렇게 지상 연소시험으로 얻은 75톤 엔진의 성능을 비행시험으로 재확인하게 된다. 또 비행 중 계측된 수많은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평가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에 적용해나갈 예정이다. 다시 말해 한국형발사체의 비행에 필요한 기술적 사항을 미리 점검하는 것이다.
시험발사체 발사가 성공하면 한국형발사체 개발의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 거꾸로 시험발사체 발사 과정에서 결함이나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보완하고 개선해 한국형발사체에 적용하게 된다. 시험발사체의 성패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이런 의미에서다. 당연히 성공하면 한국형발사체 개발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아주 중대한 결함이 발견되지 않는 한 실패하더라도 한국형발사체 개발 진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험발사체 발사 일정이 다가올수록 개발진의 긴장도는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75톤 액체로켓엔진과 추진제 탱크, 각종 발사체 구성품은 저마다 크고 작은 진통을 거치며 여기까지 왔다. 액체엔진은 연소 불안정성 문제가 발생해 이를 해결하는 데만도 1년이 넘게 걸렸다. 연료와 산화제를 담는 탱크는 무게를 줄이면서도 극저온과 고압을 버티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반복했다. 그동안 설계·제작·조립 등의 과정을 반복하며 개발한 결과물에 대한 종합 예비시험을 치르게 되는 것이다. 본시험을 잘 보기 위한 일종의 모의고사지만 그동안 흘린 땀과 실력을 평가받는 시간인 만큼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나로호 발사 때를 떠올리게 된다. 실패했을 때 많은 비난과 질책이 쏟아졌지만 그래도 다시 일어나 재도전할 수 있었던 힘은 “힘내라”는 응원이었다. 연구진과 개발진의 처진 어깨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도 “실패해도 괜찮으니 다시 해보자”는 격려였다. 결국 나로호 발사는 성공했고, 이제 우리 손으로 직접 발사체 전체를 만들어보자며 여기까지 왔다.
다행히 그때보다 우주개발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발사체 개발이 얼마나 어려운 과정인지 공감해주는 국민이 늘었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되 설레는 마음으로 시험발사체 발사일을 기다리는 것은 이런 공감과 응원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시험발사체를 거쳐 누리호가 불꽃을 내뿜으며 우주로 향하는 순간까지 함께 지켜봐주고 성원해주시기를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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