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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의심만으로 마녀사냥…예비 신부 보육교사의 비극

경찰 수사 전 무분별한 신상털이…카페 폐쇄 청원 쇄도

처음 신상 공개된 맘 카페…추모·반성 글 줄이어

아동 학대를 했다는 혐의로 마녀사냥 당한 어린이집 교사가 자살했다./연합뉴스




아동 학대 의심만으로 인터넷에 신상이 공개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어린이집 교사가 예비 신부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6일 경기 김포경찰서에 따르면 13일 오전 2시 50분께 경기도 김포의 한 아파트 앞에서 김포 모 어린이집 보육교사 A씨가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했다.

A씨 곁에는 ‘내가 다 짊어지고 갈 테니 여기서 마무리됐으면 좋겠다’며 ‘어린이집과 교사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 달라’는 내용의 유서가 있었다.

‘내 의도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XX야 그때 일으켜 세워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원생 학대를 부인하는 내용과 함께 가족 등에게 미안하다는 말도 적었다.

A씨 동료 교사와 경찰 등에 따르면 그는 교제하던 남자친구와 결혼식을 앞둔 예비 신부였다.

A씨와 같은 어린이집에 근무했던 한 교사는 ‘함께 3년을 근무한 사랑하는 동료 교사를 잃었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그는 ‘피해자인 해당 (아동) 어머니는 괜찮다고 이해해주셨는데 친척분이 오히려 원장과 부원장의 사죄에도 큰소리를 지르며 교사에게 물까지 뿌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식장에서 만나야 할 시부모님을 장례식장에서 만나고 어린이집에 피해를 줄까 봐 혼자 모든 걸 안고 간 A…’라며 ‘동료의 반, 실명, 사진이 공개되는 건 너무나 순식간이었다’고 회고했다.



A씨는 앞서 이달 11일 자신이 일하는 김포 한 어린이집 나들이 행사 때 원생 1명을 밀치는 등 학대한 혐의로 경찰에 신고된 상태였다.

당시 근처에 있던 한 시민이 “특정 어린이집 조끼를 입고 있는 보육교사가 축제장에서 원생을 밀쳤다”며 “아동 학대인 것 같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A씨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인천과 김포의 인터넷 맘 카페에 A씨를 가해자로 지목해 비난하는 글이 올라왔다.

학대 의심 아동의 친척이 A씨의 실명과 어린이집 이름까지 공개하며 논란이 일파만파 커졌고, A씨는 사건이 불거진 지 이틀 만에 목숨을 끊었다.

청와대 국민 청원에는 가장 먼저 신상털기가 시작된 맘 카페를 폐쇄하라거나 개인 정보를 유출한 게시자를 처벌하라는 글이 이날까지 7건 올라와 4만여명이 동의했다.

처음 A씨 신상이 올라온 것으로 알려진 인터넷 맘 카페에도 추모 글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카페는 사건이 불거진 뒤 신규 가입을 차단한 상태다.

이 카페에는 전날 저녁부터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글과 ‘반성하고 추모하겠다’는 글이 수십 건 게시됐다.

‘글을 쓰는 순간부터 책임감이 있고 그 대가를 받아야 한다’거나 ‘제발 이때뿐만은 아니길 바란다’는 비판도 함께 이어졌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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