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버는 쇼, 퍼트는 돈’이라지만 요즘 프로 무대에서 드라이버는 쇼이자 돈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코스 길이를 계속 늘리는 추세라 장타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환경이다.
11회째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25~28일·총상금 8억원)도 더 길어진 코스로 도전을 기다리고 있다. 대회장인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GC 동·서 코스(파72)의 전장은 6,664야드다. 지난해보다 총 175야드를 늘렸다. 최근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EB하나은행 대회장인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 오션코스(6,316야드)보다도 훨씬 길다. 화끈한 장타 전쟁이 기대되는 이유다.
올 시즌 상금랭킹 톱5에서 상금왕 타이틀을 다투는 오지현(22·KB금융그룹), 최혜진(19·롯데), 이소영(21·롯데) 등도 모두 장타자들이다. 11번째 ‘서경퀸’에 오를 우승 후보로는 이들이 우선 손에 꼽히지만 다크호스들의 면면도 그에 못지않게 화려하다. 바로 3년 차 장타자 4인방 김아림(23·SBI저축은행), 김지영(22·SK네트웍스), 이다연(21·메디힐), 인주연(21·동부건설)이다. 올 시즌 평균 드라이버샷 259야드로 이 부문 1위를 달리는 김아림을 포함해 모두 평균 250야드 이상을 찍는 거포들이다. 한국 여자골프를 대표하는 장타자 박성현(25·KEB하나은행)이 국내 투어 시절 3년 차에 무려 7승을 쓸어담았듯 서울경제 클래식 다크호스 거포들도 3년 차에 최고 시즌을 벼르고 있다.
175㎝ 큰 키에 표정도 풍부한 김아림은 올 시즌 KLPGA 투어의 대표적인 ‘히트 브랜드’다. 지난 5월 ‘골프여제’ 박인비(30·KB금융그룹)와의 두산 매치플레이 결승에서 1홀 차 석패로 주목받았던 그는 지난달 말 박세리인비테이셔널에서 마침내 데뷔 첫 우승에 골인했다. 부단한 체력관리 덕분에 지치게 마련인 여름에 헤드스피드가 오히려 시속 4마일이나 증가하는 드문 경험도 했다. 일부 아이언에 남성용 샤프트를 끼울 정도로 스피드 내는 데 탁월한 요령을 지녔다. 김아림은 “스코어에만 신경 쓰면 스스로 만든 틀에 갇히고 만다. 코스마다, 라운드마다 나만의 목표를 설정해 작은 성취감들을 모으고 있다”며 “지난해 쳐본 핀크스GC는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흥미로운 코스라 개막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인주연과 이다연도 시즌 1승씩이 있다. 인주연은 최경주재단 장학생 출신으로 어려운 환경을 딛고 올 시즌 데뷔 첫 우승을 신고했다. 어릴 적 100m 육상선수를 지냈고 태권도도 7년간 수련한 그는 근육질의 허벅지 때문에 골프팬들 사이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5월 우승 뒤 주춤했다가 이달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3위에 오르며 본궤도에 진입한 모습이다. 이다연은 지난해 1승 포함, 통산 2승을 올렸다. 157㎝의 비교적 작은 키로 동기생 김아림과는 키 차이가 18㎝에 이르지만 그야말로 짱짱하게 장타를 펑펑 날린다. 이다연은 축구선수 아버지를 둬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체력을 키웠다. 주니어 시절 남자 유망주들과 같이 훈련한 것도 도움이 됐다고 한다.
지난 시즌 1승을 챙긴 김지영은 올 시즌은 준우승만 두 번이다. 하지만 언제든 우승이 터질 수 있는 완성형 강자로 평가받는다. 그 역시 250~260야드를 너끈히 날리는 여전사다. 식당을 운영하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염소요리를 많이 먹었다고 한다. SK네트웍스 소속인 김지영은 개인 후원사가 공동 주최하는 대회라 우승에 더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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