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가 결국 재정적자 규모를 대폭 늘린 내년 예산안을 최종 승인함에 따라 17일부터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EU 집행부와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1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들을 만나 “EU가 이탈리아가 지난 밤 제출한 예산을 허용한다면 나머지 유럽 국가들이 반발할 것”이라며 말했다.
반체제 정당인 ‘오성운동’, 극우정당 ‘동맹’이 손을 잡고 지난 6월 출범한 이탈리아 새 정부는 재정적자 규모를 전임 정부의 계획보다 3배 확대한 국내총생산(GDP)의 2.4%로 잡은 내년 예산안을 전날 확정한 뒤 EU에 제출했다.
이탈리아가 EU와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재정적자를 대폭 늘리려 하는 것은 저소득층에 월 780 유로(약 100만원)의 기본소득 제공, 세금 인하, 연금 수령 연령을 올린 전임 정부의 연금 개혁 백지화 등의 핵심 공약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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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회원국의 예산을 감독하고 승인할 권한이 있는 EU는 GDP의 130%가 넘는 국가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이탈리아가 빚을 더 늘리는 정책을 쓸 경우 그리스식의 채무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어, 이탈리아의 이 같은 예산안을 거부하거나 수정을 권고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안팎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뜻대로 예산안을 관철시킨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이번 예산은 기적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지만, 수백만 명의 이탈리아인들의 삶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재정적자를 늘린 예산안으로 민간 소비와 투자를 촉진함으로써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려 결과적으로 GDP 대비 채무 비율도 낮아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은 구조 개혁 없이는 장기적으로는 공공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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