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아라비아영사관에서 발생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의혹 사건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요7개국(G7) 외무장관들이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성명을 낸 데 이어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사우디 방문을 연기하는 등 사우디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이어 사우디 왕실에 우호적인 발언을 쏟아내는 동시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급파해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 자칫 불똥이 튈 것을 차단하려 들면서 이 의혹이 서둘러 마무리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G7 외무장관들은 이날 성명에서 “캐나다와 프랑스·독일·미국 등 G7과 유럽연합(EU) 외무장관들은 표현의 자유 수호와 자유언론 보호에 헌신해야 한다고 단언한다”며 “우리는 저명한 사우디 언론인 카슈끄지의 실종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무장관들은 이어 “카슈끄지 실종에 책임이 있는 이들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추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슈끄지 암살사건으로 사우디 방문을 취소하는 인사들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날 IMF는 대변인 명의로 ‘예정됐던 라가르드 총재의 중동 지역 방문이 연기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IMF는 일정 연기에 대해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주요 외신들은 카슈끄지 실종 및 암살 의혹 우려에 따른 것이라고 해석했다.
국제사회의 압박이 높아지는 것과 달리 트럼프 미 대통령은 연일 옹호 발언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카슈끄지 살해 추정에 대한 의혹을 브렛 캐버노 미 대법관 인준 과정에서 불거졌던 성폭행 미수 의혹에 비유하며 사우디 정부를 향한 의혹의 시선을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캐버노 대법관을 조사했고 그는 내가 아는 한 쭉 무죄였다. 무죄 입증 전까지 유죄라고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사우디 정부의 유죄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 편을 드는 것이 사우디와의 사적 금전 관계 때문이며 이번 의혹이 미국의 의지대로 조속히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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