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세계 최대 검색엔진 시장인 중국의 문을 다시 두드리기 위해 맞춤형 검색엔진 개발에 나섰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8년 전에 떠난 중국으로 재진출하기 위해 중국 당국의 검열과 규제를 인정하는 사실상의 백기 투항이다. 반면 유럽 시장에서는 크롬과 플레이스토어 사용료 부과 방침을 밝히며 반독점 규정 위반에 대해 벌금을 매긴 유럽연합(EU)에 정공법으로 맞서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17일 중국 매체인 소후망과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전날(현지시간) 저녁 정보기술(IT) 전문지 와이어드 창간 25주년 행사에서 중국 당국의 검열 기준에 맞춘 검색엔진 ‘드래건플라이’가 실제로 존재하는 프로젝트라는 사실을 시인했다. 피차이는 이날 행사에서 “몇 년 전부터 중국 시장 철수 결정에 대한 재검토가 있었다”며 “우리가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싶어 내부적으로 추진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지난해부터 구글이 중국 당국의 검열 요구에 맞춘 검색엔진 개발을 진행하고 있고 조만간 중국 당국의 승인 요청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 왔다.
앞서 구글은 지난 8월 미국 상원의원 청문회장에서 중국 시장 재진출 여부에 대한 질문에 “다양한 형태의 중국 내 서비스를 검토하고 있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중국형 검색엔진 개발계획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상황이라 구글의 의지와 무관하게 성공적인 프로젝트 진출을 위한 중국 당국의 승인이 쉽게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 당국의 검열 압박에 굴복하면서까지 재진출 의지를 높이는 구글이지만 유럽에서는 원칙론으로 맞섰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구글 플랫폼·에코시스템 담당 부사장인 히로시 로크하이머는 16일 블로그 포스팅을 통해 “그동안 우리는 안드로이드의 무료배포를 위해 구글서치와 크롬 등을 스마트폰 등 디바이스에 미리 설치해줬다”면서 “하지만 새로운 유로존 규칙에 따라 유럽경제지역(EEA)에는 특허권 사용료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7월 43억4,000만유로(약 5조6,000억원) 규모의 반독점 규정 위반에 벌금을 매긴 EU와 진검승부를 벌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구글의 이번 조처는 삼성과 화웨이 등 안드로이드 기기를 생산하는 제조사 등에 적용된다. EU 측은 구글 발표와 관련해 “향후 반독점 규정 준수 여부를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