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세월호 사건을 다룬 소설 ‘거짓말이다’를 번역 출간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김탁환 작가와 상의한 후에 계약을 체결하며 대만의 눈 밝은 편집자가 인터넷으로 이런저런 책을 찾다가 우연히 발견하고 오퍼를 넣었겠거니 생각했다. 여기에 한 사람의 믿기지 않는 분투가 숨어 있었음을 안 것은 한참 나중의 일이다. 그로부터 두 달 후 김 작가와 함께 ‘거짓말이다’를 대만어로 번역한 이를 만났다. 그는 번역 작업을 마치고 나서 필명을 나수경으로 정했는데 이는 ‘거짓말이다’의 주인공 나경수에서 따온 것이다.
이야기는 자연스레 ‘어떻게 이 책의 번역을 맡게 됐나’로 흘러갔다. 그는 유창한 한국어로 “음, 사연이 좀 긴데요, 제가 혹시 실수할까 싶어 편지에 적어 왔어요”라며 불쑥 봉투를 내밀었다. 요약하면 이런 내용이다. 나 선생이 한국에 온 것은 대략 10년쯤 전인데 지금은 서울 은평구에 살며 무역회사에서 코디네이터 업무를 맡고 있다. 그전까지 소설을 번역하거나 출판 관련 업무를 한 적은 전혀 없다. 당연히 출판사의 작업 프로세스도 알지 못했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일 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거짓말이다’를 읽고 깊이 감동해 자국 독자들도 읽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무작정 대만의 출판사에 ‘출간 의뢰서’를 보낸 것이다. 그리고 물론 기적이 일어났다. 대만의 차이나타임스퍼블리싱은 ‘거짓말이다’의 출간을 결정하며 번역을 나 선생에게 맡기기로 했다.
그는 출퇴근 시간 틈틈이 한국어를 대만어로 한 문장 한 문장 옮겨나갔다. 번역하는 중에도 토요일마다 세월호 유가족이 있는 서울 광화문에 나가는 일을 빼먹지 않았다. 마침내 작업을 마쳤을 때 그는 결심했다고 한다. ‘거짓말이다’의 번역비로 받은 돈을 전부 ‘꽃바다’를 운영하는 김관홍 잠수사의 아내 김혜연씨와 세 아이에게 전해줘야겠다고. 나 선생의 마음 씀씀이는 깊은 온기를 남겨 나는 이렇게 글로 쓰고 있다. 이 온기가 좀 더 많은 이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며. 고마워요, 나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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