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크레인선과 유조선이 충돌했다. 유조선에서 1,200만ℓ로 추정되는 기름이 유출된 국내 최대의 해양오염 재앙이었다. 당시 외국 전문가들은 해양 생태계 복원에 10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해양경찰이 2일간 구멍 난 유조선을 응급 봉쇄하고 해상의 기름을 제거하는 등 초동조치를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309일 동안 주민과 자원봉사자 등 약 213만명이 합심해 결국 ‘태안의 기적’을 일궈냈다. 해양오염 사고는 이처럼 큰 비용과 시간이 들기에 해양환경도 지구촌 전체가 보호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까. 전 세계 바다가 시름을 앓는 가운데 우리나라 연안의 수질은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수산과학원이 발표한 ‘전국연안 및 양식어장 주변 해역 수질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전국 256개 정점에서 ‘보통’ 이상 등급이 93.8%, 2017년에는 약 5%포인트 증가한 98.4%를 기록했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하며 마냥 안심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2007년 허베이스피리트호 같은 대규모의 오염사고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5위의 원유 수입국인 우리나라에는 연간 39만여척의 선박이 드나든다. 지난해만 기름 운송량이 1억5,800만ℓ에 달한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기름에 의한 해양오염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해경은 바다의 염증을 치료하고 예방접종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대규모의 해양오염 사고에 대비해 해상교통관제시스템(VTS)으로 운항선박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또 선박사고로 기름이 바다로 흘러들지 않도록 사고선박에 적재된 기름을 다른 선박으로 옮기고 기름이 새는 부위는 쐐기로 막는 등 적극적으로 해양오염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깨끗한 바다를 만들기 위해 올해 민관합동 수중 정화 작업을 벌여 폐그물 등 88.1톤의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기도 했다. 이달 한 달은 선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나 어업 폐기물을 바다에 몰래 버리는 행위를 집중 단속해 해양 종사자는 물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예방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해양 생태계가 파괴되면 이를 회복하기 위해 많은 비용과 시간이 요구된다. 네덜란드의 인문학자 데시데리위스 에라스뮈스가 “예방이 치료보다 낫다”고 말했다. 바다가 병들기 전에 우리 스스로 깨끗한 바다 만들기에 동참할 것을 소망한다. 해양환경 보전을 위한 국민의 작은 실천과 해양 종사자들의 오염사고 예방을 위한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리 아이들이 맑고 푸른 바다를 얼마나 만끽할 수 있을지는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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