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정부가 북동부 우타르프라데시주에 있는 도시 ‘알라하바드(Allahabad)’의 지명을 ‘프라야그라지(Prayagraj)’로 바꾸는 작업에 나섰다고 16일(현지시간)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알라하바드는 힌두교에서 창조의 신인 브라흐마가 처음 지상에 발을 내디딘 성지로 유명하다. 현재 인구 100만명 이상이 거주하는 이 도시는 갠지스강과 자무나강이 만나는 지점으로 힌두교 순례지 중 으뜸으로 꼽히는 곳이다. 자와할랄 네루 초대 인도 총리가 태어난 고향이기도 하다.
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 소속의 요기 아디티야나 주총리는 최근 이 알라하바드 지명을 프라야그라지로 바꾸는 법안을 발의했다. 요기 주총리는 힌두교 승려 출신의 극단적 순수 힌두주의자로 통하는 인도의 젊은 정치인이다. 인도 국명조차 인디아에서 힌두스탄으로 수정하는 법안을 낼 정도로 힌두 중심 정치관을 지닌 인물이다.
■‘프라야그라지’로 바꾼다는데
“이슬람 잔재 없애자 ”
모디총리 의지 반영
인도 정부가 성지로 통하는 주요 지역의 지명을 바꾸려는 것은 이들 지명이 16세기 인도 지역을 통치한 이슬람 왕조 ‘무굴제국’ 시절에 지어져 현 인도 정부의 철학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알라하바드는 16세기 인도 지역을 통치한 이슬람 왕조 무굴제국에서 비롯됐다. 힌두 민족주의를 지향하는 모디 정부로서는 인도 핵심도시의 지명이 이슬람 문화에 기원한다는 것 자체가 눈엣가시였던 셈이다. 이 같은 행보는 영국 식민시대의 지명을 잇달아 힌디어나 힌두교 관련 명칭 등으로 바꿔 식민잔재를 청산하려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이슬람 잔재 없애기’ 행보는 지난 2014년 모디 총리 취임 이후 한층 강화되고 있다. 2016년 무굴제국 6대 황제인 아우랑제브를 차용한 뉴델리 시내 아우랑제브 로드도 A P J 압둘 칼람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따 압둘칼람로드로 바뀐 바 있다. 모디 정부는 “무슬림이 인도인 고유의 가치관을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순 인도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명 변경 같은 ‘이슬람 잔재 지우기’가 내년 봄 총선을 앞두고 지지세력을 규합하기 위한 모디 정부의 의도된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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