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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초점] ‘내 뒤에 테리우스’는 왜 재밌을까?

/사진=MBC




MBC 수목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가 시청률 10%를 바라보며 고공행진 중이다. 지상파, 케이블을 막론하고 평균 시청률 5%를 넘는 드라마가 흔치 않은 상황 속에서 ‘내 뒤에 테리우스’는 예상 외의 흥행 성적으로 MBC 드라마의 자존심을 세웠다. 기존의 드라마 흥행 공식에서 벗어난 ‘내 뒤에 테리우스’만의 새로운 시도에 시청자들도 반응하고 있다.

▲ 장르물 홍수 속 노린 틈새시장

‘내 뒤에 테리우스’는 장르물 열풍이 여전한 분위기에 맞춰가는 대신 장르물인 듯 아닌 듯한 오묘한 색깔로 승부수를 뒀다.

주인공들의 설정부터 독특하다. 전직 NIS 블랙 요원인 김본(소지섭)은 우연치 않게 옆집에 사는 쌍둥이 엄마 고애린(정인선)의 베이비시터로 일하게 된다. 유치원 등원 길부터 시작해 늦은 밤까지 아이들을 돌보기 바쁜 김본의 모습에서 요원으로서의 무게감은 찾아보기 힘들다. 요원이라고 하기에 그의 주변은 너무나 일상적이고 평화롭다.

스토리 역시 매회 진지함과 코믹을 넘나든다. 김본이 찾던 범인이 모습을 드러내고, 고애린이 누군가에게 납치되는 등 위험한 상황들이 중간중간 등장하지만 이는 예상치 못한 코믹으로 이어진다.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악역들은 나름의 악행을 저지르지만 어딘가 허술하다. ‘내 뒤에 태리우스’는 김본을 둘러싼 사건들을 진지하게 풀어가면서도 그 안에서 가벼운 에피소드들을 집어넣어 웃음을 선사한다.

슈트를 입고 있는 소지섭의 모습에서 그럴듯한 장르물을 기대한 시청자들이라면 가벼운 스토리 전개에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가벼움이 확실한 차별점이 됐다.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무거운 장르물들에 지친 시청자들은 늦은 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내 뒤에 테리우스’에 눈길을 돌렸다. 장르물 열풍의 흐름을 적당히 타면서도 약간의 틈새시장을 노린 똑똑한 전략이 제대로 통했다.

▲ ‘역시’ 소지섭

소지섭의 효과 역시 ‘내 뒤에 테리우스’ 흥행의 일등공신이다. 2016년 KBS2 ‘오 마이 비너스’ 이후 2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한 소지섭은 액션은 물론, 코믹과 멜로까지 거뜬히 소화하며 이름값을 증명했다.

진지한 얼굴의 요원 김본에게서는 소지섭 특유의 ‘멋짐’이 묻어나지만 머리띠를 꼽고 소꿉놀이를 하는 베이비시터, 신분을 감추기 위해 무당 행세를 한 김본의 모습에서는 전에 없던 허당미와 친근한 매력이 돋보인다. 한 작품에서 이미지를 자유자재로 변신하며 풍성하게 캐릭터를 그려나가는 소지섭이 드라마의 재미를 극대화하고 있다.



특히 다소 유치하고 오버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인물과 스토리가 곳곳에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소지섭은 차분하고 절제된 연기로 드라마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발랄한 캐릭터들 사이에서 너무 튀지도, 묻히지도 않는 적절한 표현 덕에 ‘내 뒤에 테리우스’는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적당한 드라마가 됐다.

/사진=MBC


▲ ‘의외’의 정인선

정인선은 ‘내 뒤에 테리우스’ 캐스팅 소식이 전해질 당시 기대보다는 우려의 반응이 많았던 배우다. 소지섭보다 14살이나 어린 데다, 아직까지 아역 배우의 이미지가 남아있는 그가 소지섭의 상대역으로 로맨스 케미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특히 아직 주연 배우로서 입지를 확실히 굳히지 못한 그가 지상파 미니시리즈 주연을 맡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들이 있었다. 전작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에서 미혼모 역으로 눈길을 끌긴 했지만 ‘내 뒤에 테리우스’의 고애린은 쌍둥이 남매를 키우는 ‘베테랑 아줌마’라는 점에서 전혀 다른 캐릭터였다.

하지만 정인선은 첫 회 만에 우려를 말끔하게 지웠다. 아역 때부터 탄탄히 다져온 경험 덕에 그의 연기에는 어색함이 없었다. 특히 극 초반 고애린의 상황을 보여준 감정 연기는 기대 이상이었다. 안정적인 연기가 뒷받침 해주니 소지섭과의 케미 역시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전혀 다른 이미지의 두 사람은, 상반된 삶을 살던 김본과 고애린의 캐릭터와도 어울리며 안정적인 호흡을 만들어냈다.

“시청자들이 즐겁고 나 역시 행복하게 촬영할 수 있을 것 같아 출연했다”는 소지섭의 말처럼, ‘내 뒤에 테리우스’는 첩보물과 코믹의 조합으로 잔잔한 웃음을 자아내는 ‘힐링 드라마’로 호평받고 있다. 쟁쟁한 경쟁작들 사이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내 뒤에 테리우스’가 시청률 10%를 돌파하며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다운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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