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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쌀 목표가격 대폭 인상하면 공급과잉은 어쩔건가

올해 쌀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줄어들지만 여전히 수요를 웃돌 것으로 전망됐다. 17일 통계청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쌀 예상생산량은 지난해에 비해 2.4% 줄어든 387만5,000톤이다. 1980년 이후 가장 적은 양이다. 올여름 폭염과 잦은 비로 인한 단위 면적당 생산량 감소 등이 원인이다. 이렇게 쌀 수확이 줄었지만 공급과잉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정부가 예상한 올해 쌀 수요는 378만톤 안팎이다. 9만톤 정도 공급이 많은 셈이다.

20만~30만톤에 달했던 예년에 비하면 적다지만 여전한 공급과잉이어서 시장논리로는 높은 쌀 가격 유지가 힘들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정부가 가격안정을 위해 사들이는 목표가격을 대폭 올리라고 압박하고 있다. 쌀 목표가격은 5년 주기로 정하는데 올해가 2022년까지 적용되는 가격을 결정하는 해다. 이달 안에 정부 안이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현행 목표가격은 18만8,000원으로 정부는 이를 19만4,000원선으로 올리려고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민주평화당 등 정치권은 이것이 너무 낮다며 24만5,000원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줄어든 농가소득 등을 핑계로 대지만 쌀이 남아도는 현실을 고려하면 터무니없는 요구다. 무엇보다 ‘목표가격 과속’은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너도나도 쌀농사에 뛰어들게 하고, 이는 그렇잖아도 심각한 공급과잉을 부채질할 수 있다. 정부의 재정부담 증가도 우려된다. 시장가격이 목표가격에 못 미치면 차액의 85%를 직불금으로 농가에 줘야 하는데 쌀값이 하락하면 혈세 보전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목표가격 대폭 인상→공급과잉 확대→시장가격 하락→직불금 증가의 악순환만 계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치권은 무리한 목표가격 인상이 결국 재정만 축내고 농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시장원리를 무시한 정략적인 접근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정부도 국회 논의과정에서 정치권의 무리한 주장에 휘둘리지 말고 쌀 산업의 현실에 맞는 합리적인 가격 결정을 유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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