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한국 최초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규대회를 10년간 개최한다고 발표했을 때 가장 큰 관심 중 하나는 이것이었다. 오는 2026년까지 10회 동안 과연 한국 선수의 우승이 나올 수 있을까.
어쩌면 2회째인 올해 일찌감치 한국 선수의 우승이 터질지도 모르겠다. ‘코리안 브러더스’ 중 세계랭킹이 첫 번째, 두 번째로 높은 안병훈(27·CJ대한통운)과 김시우(23·CJ대한통운)가 첫날 선두권에 오르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세계 48위 안병훈은 18일 제주 서귀포의 클럽 나인브릿지(파72)에서 열린 PGA 투어 CJ컵(총상금 950만달러) 1라운드에 버디 4개와 보기 2개를 기록해 2언더파 공동 4위에 올랐다. 4언더파 단독 선두 체즈 리비(미국)와는 2타 차다. 잘 알려졌듯 안병훈은 1988서울올림픽이 낳은 ‘핑퐁부부’ 안재형-자오즈민의 아들이다. 안병훈은 “아직 하루밖에 치르지 않아 성적에 대한 기대는 섣부른 감이 있다”며 “이번 대회 우승 정도로는 부모님의 명성을 뛰어넘기에 부족하다. 올림픽 메달이나 PGA 투어 10승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안병훈은 이날 부모와 약혼자의 현장 응원을 받았다. 그는 12월에 초등학교 동창과 결혼한다.
PGA 투어 2승이 있는 세계 57위의 김시우는 선두에 1타 뒤진 3언더파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렸다. 2번홀(파3)에서 티샷 실수에다 3퍼트까지 겹쳐 더블 보기를 적었지만 이후 버디 6개(보기 1개)를 몰아쳤다. 김시우는 “지난해는 고국에서 열리는 대회라 잘해야겠다는 부담이 컸다. 바람이 강해 힘든 하루였지만 첫날 경기를 잘 치러냈다”며 “프로 데뷔를 미국에서 했기 때문에 한국에서 꼭 한 번 우승하고 싶었다. 이번 기회를 꼭 살리겠다”고 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대표로 나간 선수들도 선전했다. 맹동섭은 1언더파 공동 11위, 이태희와 문도엽은 이븐파 공동 19위에 올랐다. 지난해는 김민휘가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4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이날은 4오버파 공동 64위로 불안하게 출발했다.
PGA 투어의 슈퍼루키 임성재는 이날 웹닷컴 투어 2018시즌 올해의 선수상과 신인왕 트로피를 받았다. 웹닷컴 투어는 PGA 2부 무대. 임성재는 이 무대를 평정하고 올 시즌 PGA 투어에 데뷔해 첫 대회에서 공동 4위에 올랐다. 제주가 고향인 그는 PGA 투어 올해의 선수 브룩스 켑카(미국·세계 3위), 디펜딩 챔피언 저스틴 토머스(미국·세계 4위)와 같은 조로 경기했다. 임성재와 토머스는 1오버파 공동 33위로 출발했고 켑카는 1언더파로 2라운드에 나선다. 임성재는 “토머스는 바람 방향에 따라 탄도 조절을 잘하더라. 켑카는 초반에 흔들렸는데도 표정 변화가 없었고 엄청난 장타를 똑바로 친다. 많이 배웠다”고 했다. 그는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까지 나가는 것이 올 시즌 목표다. 가능하면 1승도 올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대회장에는 순간 최대 초속 12m의 강풍이 불어닥쳤다. 안병훈은 “바람 방향에 따라 두 클럽 이상 더 잡거나 덜 잡아야 할 정도로 힘든 하루였다. 퍼트 때도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예측불허의 제주 바람은 남은 라운드에도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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