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입으로 두말하는 트럼프 "모든 부처 예산 5% 깎겠다"

재정적자 문제 해소 때문이라지만

인프라 지출 확대·감세정책과 상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워싱턴DC=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부처의 예산을 5% 삭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방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현지 언론들은 인프라 지출 확대와 추가 감세를 유지하면서 진행되는 재정지출 감축은 모순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여러 부처에 걸쳐 5%씩 예산을 줄이라고 지시할 계획”이라며 “낭비하는 부분을 제거하면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출 축소 지시는 미 연방정부의 재정적자 규모가 6년 만에 최대에 이르렀다는 정부 발표 이후 나온 것이다. 지난 15일 미 재무부는 2018회계연도 연방 재정적자가 7,789억9,600만달러(약 883조원)를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무려 17%(1,130억달러)나 늘어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비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각료회의에서 “미국의 국방 예산은 7,000억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지만 우리에게는 매우 중요하다”며 “새로운 군함을 만들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정교한 잠수함을 만들고 있다. 7,000억달러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진행된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재정지출을 줄이는 것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힘들지 않다”면서 “솔직히 말하면 비대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2016년 대선 공약이었던 대대적인 인프라 지출 계획과 관련해 “중간선거 이후에 시작될 것”이라며 추가적인 감세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경제매체 CNBC는 “인프라 지출과 추가적인 감세를 추진하면서 재정지출을 일괄 감축하겠다는 것은 상충된다”고 지적했다. 외신들은 국방부 예산이 7,000억달러로 확정되면 지난해보다 160억달러(2.3%) 줄어들게 되지만 여전히 지난 수년간의 예산 수준을 넘어서는 규모라고 강조했다. 미 정치 전문매체 워싱턴이그재미너는 “국방 예산을 2.3% 삭감하더라도 2020회계연도 예산은 예산관리법에 규정된 상한선을 넘게 된다”고 전했다.
/박홍용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