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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분양가격 통제, 부작용이 더 크다

<이종배 건설부동산부장>

살집 부족한 서울, 신규공급 막아

되레 '새 아파트=로또' 공식 초래

집값안정 도움 안되는 미봉책 불과





부동산 시장을 담당하는 주무부처는 국토교통부다. 시장을 컨트롤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가진다. 택지개발지구 지정, 청약규제, 분양가 통제 및 분양시기 조절 등이 국토부가 보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장치다. 이 가운데 가격 통제 및 시기 조절은 간접적으로 이뤄진다. 국토부가 산하기관인 분양보증을 담당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집행하는 방식이다. 건설사가 아파트를 분양하기 위해서는 HUG로부터 분양보증서를 반드시 발급받아야 한다. 분양보증서 발급을 위한 심사 과정에서 분양가의 적정성을 판단한다. 적정 분양가를 이유로 가격은 물론 시기도 조절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국토부의 정책적 의지가 다분히 반영된다.

사실 분양보증의 근본 취지는 이것과는 사뭇 다르다. 건설사 부도 등에 따른 소비자 보호가 그것이다. 선 분양 방식에서는 건설사 부도, 시공 과정의 하자 등으로 계약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분양보증은 건설사가 파산하더라도 소비자가 안전하게 입주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그래서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분양보증이 당초 취지에서 벗어나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신규 분양 열기가 치솟자 국토부는 지난 2016년부터 분양보증 심사를 대폭 강화했다. 중도금 집단대출 보증 강화를 필두로 고분양가 논란을 일으켰던 개포주공 3단지는 분양보증 거부를 당하기도 했다.

당시 분양보증 심사 강화는 위력을 발휘했다. 고분양가를 앞세웠던 단지들이 속속 가격을 낮췄다. 분양보증을 발급받지 못해 분양이 지연되면서 분양 열기를 식히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정책 당국이 부동산 시장 조절기능으로 분양보증 카드를 눈여겨본 것은 이때부터다. 현재까지 정책 당국은 시장의 컨트롤 장치로 분양보증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분양보증 카드 활용은 단기적으로 나름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미분양이 심한 지역에 대해 공급 물량을 조절할 수 있다. 또 터무니없는 분양가에 대해 어느 정도 적정선을 유지하는 기능도 긍정 기능 중 하나다. 하지만 이 같은 순기능 보다 역기능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우선 새 아파트의 공급 차질로 이어진다. 실제로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에서 선보인 아파트는 약 1만6,000여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초 집계된 예상물량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 국토부는 최근 새로운 주택공급 규칙 개정을 이유로 북위례·과천·판교 등에서 선보이는 아파트에 대해 분양보증 심사를 오는 11월 말 이후로 연기했다. 적지않은 물량이 분양보증에 밀려 분양이 연기되거나 지연된 것이다.

이 같은 새 아파트 공급 차질은 집값 안정에 절대로 도움이 안 된다. 알짜 새 아파트가 공급돼야 기존의 주택 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다. 새 아파트 공급 차질은 기존 주택의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로또 아파트를 양산하는 것도 문제다. 분양가격을 낮추다 보니 강남권의 경우 당첨만 받으면 수억원대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 ‘새 아파트 당첨=로또’라는 공식은 정부가 자초한 결과다. 공급 차질로 집값도 못 잡고 로또 아파트만 만들어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태다. 분양가격 통제 및 분양시기 조절이 시장이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여지를 봉쇄하는 것도 문제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분양 시장에 대한 통제가 서울 등 일부 과열지역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신규 공급이 꼭 필요한 지역에서 오히려 이를 막고 있는 것이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서울 등 13곳은 주택공급 부족 상태다.

서울 집값은 잠시 주춤거릴 수 있으나 언제든 다시 급등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적이고 꾸준한 공급이다. 현재의 분양 시장 통제는 서울 집값의 불안 요인을 잠시 숨기는 것에 불과하다. /ljb@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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