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스트라이트 멤버 이석철이 폭행 논란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이석철은 중간 중간 울음을 참지 못하며 힘든 얼굴로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수년간 좋은 음악을 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수많은 폭행과 폭언, 협박을 견뎌왔던 이석철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며 멤버들을 대신해 나섰다.
19일 오전 서울시 중구 광화문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더 이스트라이트 멤버 폭행 논란 기자회견이 열렸다. 현장에는 소속사 프로듀서에게 상습 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멤버 이석철과 정지석 변호사가 참석했다.
지난 18일 한 매체는 더 이스트라이트 멤버들이 데뷔 전부터 최근까지 소속사 미디어라인엔터테인먼트 김창환 회장과 프로듀서 A씨에게 폭언·폭행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이석철은 “더 이스트라이트 멤버들은 그동안 피디님에게 지하 연습실, 녹음실, 스튜디오 등에서 야구방망이, 철제 몽둥이 등으로 수차례 맞았다. 부모님에게 알리면 죽인다는 협박도 당했다. 지속적인 폭행, 협박으로 인권유린을 당했지만 가해자들은 교육적 차원이라는 변명과 함께 ‘폭탄이 터지면 PD만 날리고 그룹은 해체하면 돼. 너희만 죽는거야’라고 협박했다. 리더로서 멤버들이 당한 상처를 더 이상 방과할 수 없었고 K팝 신에서 이런 아동 학대와 인권유린이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에 기자회견 열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멤버들은 2015년 3월부터 최근까지 4년 간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했다. A씨는 안마의자가 찢어져서, 멤버가 지각을 해서, 자신의 SNS를 팔로우하지 않아서, 자신의 지시대로 SNS 활동을 하지 않아서 등 여러 이유로 멤버들의 엉덩이, 명치, 머리 등을 때렸다.
이석철은 “친동생인 이승현은 스튜디오에서 감금을 당한 상태로 맞아 머리가 터지고 피멍이 들었다. 수많은 협박과 폭력에 트라우마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며 “보컬 이은성도 몽둥이로 머리를 맞아 피를 흘렸다. 또 다른 멤버는 PD님으로부터 죽겠다는 협박 문자를 받고 지금도 힘들어하고 있다. 합주연습 중 목에 케이블을 감아 놓고 연주가 틀릴 때마다 줄을 잡아당겨 목을 조르기도 했다. 협박이 두려워서 부모님께도 알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소속사는 프로듀서 A씨의 폭행 사실을 인정하며 “현재 해당 프로듀서는 본인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회사에 사의를 표명해 수리한 상태”라고 입장을 밝혔다. 김창환 회장의 폭언, 폭행 방조 논란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하지만 폭행 사건 이후에도 다시 회사에 복귀해 멤버들을 관리했고 김창환 회장과 이정현 대표는 이를 알면서도 묵인했다. 김창환 회장은 당시 중학생이었던 이승현에게 억지로 전자담배 흡연을 권하기도 했다.
이석철은 “김창환 회장님은 폭행 현장을 목격하고도 ‘살살 해라’라고 말했고 이정현 대표님은 상처를 치료해주지도 않고 방송 출연을 시켰다”며 “PD님이 다시 온다는 얘기를 듣고 부모님과 멤버들이 회사에 건의를 했다. 회사에서도 우리와 접촉이 없게끔 한다고 했지만 똑같은 일이 다시 반복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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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멤버 이승현은 A씨에게 “사람을 때린 사람은 이야기하지 마세요”라고 정식으로 항의하고 김창환 회장에게 A의 복귀에 대해 항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돌아온 결과는 이승현의 그룹 퇴출이었다. 이에 이석철, 이승현의 부모는 더 이상 회사와 같이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A를 비롯해 김창환 회장, 이정현 대표에 대해 직간접적인 교사 또는 방조 등의 책임을 물어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석철 측은 폭행을 당했을 당시 찍은 사진과 김창환 회장이 2차례, 6시간에 걸쳐 회유와 협박을 한 발언내용의 녹취록 역시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석철은 “얼마 전 김제에 스케줄이 있었는데 (이)승현이가 태국 일정도 있었고 건강상 문제로 불참했었다고 공지가 나갔다”며 “이승현이 김창환 회장에게 ‘PD님과 같이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버릇없다는 이유로 이정현 대표님과 (퇴출) 결정을 내리고 거짓으로 건강상의 문제를 말한 뒤 이승현이 없는 상태에서 무대를 세웠다. 부모님과 협의한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정지원 변호사는 “현재 형사고소를 진행 중인 멤버는 이승현과 이석철이다”라며 “부모님은 그 전부터 준비를 해왔고 준비 과정이 새어 나가면 (회사 측으로부터) 역공을 맞을까 봐 다른 멤버들과 상의하지 않았다. 멤버들이 이후에 동참을 하겠다고 하면 같이 할 생각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석철의 말에 따르면 회사는 밴드 그룹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지원조차 하지 않았다. 멤버들은 악기, 레슨비용 등을 모두 사비로 부담했다. 밴드 활동을 지원하는 트레이너 역시 없었고 A씨가 멤버들을 전담해서 관리했다. 턱없이 부족한 지원과 상습적인 폭행이 이어졌음에도 멤버들은 활동을 위해 애써 피해 사실을 감춰왔다.
이석철은 “멤버들은 무자비한 폭행, 협박을 당했고 신고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용기 내서 재발방지 요청을 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누구 한 병 때문에 이 꿈이 망가질까봐 무서웠다. 그냥 이 악물고 맞았다. 우리의 음악 활동을 믿어 주신 좋은 분들에게도 말씀드리지 못하고 우리끼리만 담아주고 있었다”
이어 “활동 중에도 대기실에서 폭행을 당했다”며 “우리는 무대에서 보여지는 사람이기 때문에 상처를 보여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무대에서는 대중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드리고 웃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끝으로 이석철은 “팬 여러분들께 항상 좋은 음악 들려드리고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이런 일이 터져서 정말 죄송스럽다. 이 사실을 알리지 못해 주변 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드린 것도 죄송하다. 앞으로 우리나라, K팝 신에 더 이상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다운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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