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을 바라보는 미국 월가의 분위기가 10월 들어 크게 변했다. 압도적인 경제력을 통해 미국이 쉽게 이길 듯했던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서다. 중국 측의 대응이 만만찮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미국이 느끼는 단기 피로감은 18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27.23포인트(1.27%) 하락한 2만5,379.45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무역전쟁이 시작되면서 미국 기업들의 이익이 늘어나고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커지면서 뉴욕증시는 줄곧 강세를 유지했다. 다만 무역전쟁이 넉 달째 이어지면서 ‘조기 승리’에 대한 자신감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증시가 이러한 분위기를 직접 반영하면서 다우지수는 지난 3일 2만6,828.39포인트로 고점을 찍고 보름 만에 1,430.94포인트(5.3%)나 빠졌다.
씨티그룹의 투자전략가인 숀 스나이더는 “중국의 경제성장 속도가 느려지면서 애플이나 루이비통 등 많은 기업이 중국 수요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7월6일 중국에서 자국으로 수입되는 상품 360억달러어치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 폭탄은 현재까지 2,500억달러로 확대됐다. 이는 중국 상품의 절반에 해당한다. 중국도 1,100억달러어치의 미국 상품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는 등 나름대로 맞대응을 하자 미국은 또 전선을 넓혔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위협하면서 환율전쟁 개시를 경고했다. 남중국해에 군함을 파견하는 등 군사·정치 다방면에서 대중국 공세에 대한 고삐를 조였다.
중국의 타격은 크다. 주요2개국(G2)으로 불리기는 하지만 경제력에서 밀리는 중국은 증시가 크게 흔들렸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9일까지 올해 고점 대비 28% 폭락했다. 이와 함께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는 중국의 판정패다.
다만 미국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중국증시가 폭락하면서 연쇄적으로 뉴욕증시도 타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넉 달 동안의 무역전쟁 충격에도 불구하고 9월 중국의 대미 흑자는 341억달러로 사상 최대 행진을 이어갔다. 미국 측 고율 관세 부과가 무색하다.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관세 효과를 상쇄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공세는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간 형국이다. 17일 미국이 환율보고서를 통해 중국을 ‘조작국’에서 빼고 ‘관찰대상국’에 위치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계속된 난관이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며 “우리는 현재 중단기에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기대를 모았던 오는 11월 말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의 트럼프·시진핑 회담 효과도 사라지고 있다. 무역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것이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결국 장기전으로 들어갈 것으로 분석한다. 미국 주도로 세계 무역질서를 개편하면서 중국을 포위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미국이 진행한 중국 외 다른 나라와의 무역협상 과정에서 볼 수 있다. 미국은 앞서 캐나다·멕시코 및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갱신했는데 당초 예상보다는 우호적이었다. 전문가들은 중국 봉쇄를 목적으로 일부 양보했다고 본다. 유럽연합(EU)·일본과도 무역협상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에 상대적으로 유리했던 국제기구 무력화에도 나섰다. 중국에 특혜를 준다는 이유로 최근 만국우편연합(UPU)에서 탈퇴하기로 한 것이 시작인 듯하다. 래리 커들로 미국 국가경제위원장은 4일 ‘워싱턴 경제클럽’ 강연을 통해 “중국에 맞설 무역연합으로 다가가는 중”이라며 “EU·일본과 다시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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