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관에 갇혀 사람들의 볼거리가 된 돌고래 ‘윌리’는 우연히 만난 소년 ‘제시’와 교감을 나누게 된다. 그러던 중 수족관의 음모를 알게 된 제시는 윌리를 다시 드넓은 바다로 보내주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짜고, 제시의 노력으로 윌리는 자유를 얻는다. 지난 1994년에 개봉된 할리우드 영화 ‘프리 윌리’의 내용이다. 동물을 이용하는 인간의 이기심과 ‘동물복지’라는 메시지를 담은 이 영화는 개봉 당시 많은 이들에게 동물이 행복할 권리를 생각해보게 했다.
지난달 대전의 한 동물원에서 탈출했다가 포획 과정에서 사살된 퓨마 ‘뽀롱이’가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을 다시 일깨우고 있다. 동물복지는 ‘동물보호’보다 한발 더 나아간 개념이다. 각 동물의 습성을 고려해 이들이 상해·질병·스트레스·굶주림 등에 시달리지 않고 적절한 보호를 받으며 행복하게 살 권리를 말한다.
개 식용 문제는 물론 닭·오리·돼지 등 가축의 사육환경을 넘어 이제는 동물원·수족관·애견숍 등 우리가 습관적으로 받아 들여온 동물에 대한 왜곡된 모습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사람에게 인권이 있듯 동물 역시 삶의 존재로서 인정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결국 사람과 동물의 진정한 공존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셈이다.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동물복지에 대한 개념과 이를 실천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찌감치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많아지면서 2000년대 들어서야 동물복지에 눈을 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5월에야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돼 본격적인 동물복지를 위한 제도 장치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 6월 동물보호와 복지를 전담하는 동물복지정책팀을 처음으로 신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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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동물원은 올해 7월 기준 75곳(소규모·체험 동물원 포함 95곳), 수족관은 10곳이다. 문제는 동물원·수족관의 경우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여서 등록하지 않은 중소 규모의 동물원과 수족관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고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제한된 공간에서 많은 동물들을 사육·전시하는 국내 환경은 동물복지를 방해하는 큰 요소다. 퓨마와 재규어·호랑이·사자 등 야생동물은 행동반경이 수㎞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좁디좁은 사육장은 생태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애견숍 등도 열악한 환경에 처한 곳이 많지만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손태규 단국대 사회과학대 교수는 “사람, 즉 우리 인류는 동물 가운데 가장 뛰어나고 다른 동물들을 지배하고 있어 그동안 인권에만 집중하고 동물권과 동물복지에는 소홀했다”며 “오래전부터 함께 살아온 다른 동물들과 진정한 공존을 하려면 모든 동물은 귀한 생명체라는 인식부터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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