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기 중반에 들어선 지금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 격랑의 파고가 높아만 가고 있다. 트럼프는 요즘 미국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중국과 무역전쟁에 열을 올리는 중이고, G2의 이 같은 경제 전쟁의 파장은 전 세계에 일파만파의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트럼프 정책은 앞으로 세계 경제에 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중 경제전쟁에 직접적 타격을 피할 수 없는 한국은 물론 세계 각국이 향후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제전문가 정인호의 ‘트럼프발 경제위기가 시작됐다’는 현 상황을 위기로 규정하고 IMF 외환위기 이후 20년 만의 파국적 상황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 개인은 어떤 선택을 할지 나름의 대안을 제시한다.
책은 단언코 힐러리가 당선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트럼프라는 ‘이단아’가 당선될 수밖에 없었던 필연이 존재했다고 주장한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 또한 자본주의 역사의 흐름 속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1929년 대공황기부터 2008년 금융위기까지의 경제사와 경제이론을 총동원해 펼치는데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저자에 따르면 트럼프의 당선은 미국 자본주의사의 필연적 결과다. 트럼프 이전 미국의 신자유주의는 일부 부유층에게만 이익이 집중됐고, 미국의 중하위 노동자 계급은 철저하게 배제됐기에 그렇다. 중하위층 노동자 계급의 경제적 소외 또한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나타나게 되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는 것이 저자의 관점이다. 제조업 등 전통 산업에서 금융 등 새로운 산업으로 경제 패러다임이 옮겨가기 때문이다.
이렇게 당선된 트럼프는 ‘위대한 미국을 다시!’라는 슬로건으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줄기차게 펴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에 유리한 틀로 세계 경제 질서를 재편하기 위해 다른 나라들을 압박해 이미 짜 놓은 세계무역기구(WTO)와 자유무역협정(FTA)의 질서를 뒤집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가장 큰 미국의 표적이다.
저자는 미국이 앞으로 계속 중국을 고립시키는 무역 시스템 구축에 강도를 높여나갈 것으로 본다. 개별 국가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무역전쟁 역시 미국에 유리하도록 교역질서를 개편하고 있는데, 궁극적으로는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TPP)이라는 새로운 질서 안에 미국에 백기를 든 국가들을 편입시키고, 저항하는 국가들은 그 밖으로 밀어낼 것이요, 이 과정에서 결국 한국 또한 TPP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게 저자의 전망이다.
책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한국에 타격을 줄 것이라 경고한다. 미국에 더 많은 것을 내주어야 하고, 미국에 더 적게 수출해야 하고, 최대 시장이던 중국에서도 점차 밀려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국에게 타개책은 없을까? 저자는 우선 한국을 지탱하던 제조업 등 주력 산업이 쇠퇴기에 접어들었고, 부채를 일으켜 무리하게 성장하려던 방식이 결국 경제에 부담이 되는 요소가 됐다는 현실을 직시할 것을 권한다. 그러면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방법은 인식의 전환”이라며 “성장률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 장기불황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국내총생산(GDP)의 고도성장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성장의 잠재력을 높이는 방식의 구조조정을 시행하라는 것이다. 저자는 “양극화를 줄이고, 대중들의 소득을 늘려주며, 신사업에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하고, 청년들이 과감한 혁신에 도전할 수 있도록 안전망을 구축하라”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1만8,000원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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