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남궁인이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 담당의로서 처참하게 살해된 피해자의 상태를 전했다.
19일 오후 남궁인은 개인 블로그에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과 관련한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나는 강서구 PC방 피해자의 담당의였다. 혼자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으며 지냈지만 많은 사실이 공개됐기에 이제 입을 연다”고 운을 뗀 뒤 “일요일 아침 팔과 머리를 다친 20대 남자가 온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남궁인은 “상처가 너무 많았다. 복부와 흉부에는 한 개도 없었고 모든 상처는 목과 얼굴 칼을 막기 위했던 손에 있었다”라며 “하나하나가 형태를 파괴할 정도로 깊었다. 피범벅을 닦아내자 얼굴에만 칼자국이 30개 정도 보였다. 나중에 모두 32개였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남궁인은 “보통 사람이 사람을 찔러도 칼을 사람의 몸으로 전부 넣지 않는다. 인간이 인간에게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라며 “하지만 가해자는 이 칼을 정말 끝까지 넣을 각오로 찔렀다. 모든 상처는 칼이 뼈에 닿고서야 멈췄다”고 적었다.
또 남궁인은 “미친 XX라 생각했다. 같이 온 경찰이 말다툼이 있어서 손님이 아르바이트생을 찌른 것이라고 알려줬다”라며 “둘은 이전에는 서로 알지 못했을 것이다. 경악스럽고 혼란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모든 의료진이 그 사실을 듣자마자 욕설을 뱉었다”고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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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얼굴과 손의 출혈만으로 젊은 사람이 죽었다. 그러려면 정말 많은, 의도적이고 악독한 자상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많은 자상을 어떻게 낸단 말인가”라며 “그(가해자)가 우울증에 걸렸던 것은 그의 책임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우울증은 그에게 칼을 쥐여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심신 미약에 대한 논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울로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들을 잠재적 살인마로 만드는 꼴이다”고 전했다.
앞서 강서경찰서는 14일 오전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피해자가 손님으로 방문했던 가해자에게 흉기로 수차례 찔려 숨졌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가해자는 ‘PC방 테이블 정리가 잘 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피해자와 실랑이를 벌이다가 PC방을 나섰고, 이후 흉기를 갖고 돌아와 피해자의 얼굴과 목 주변을 32차례 찔렸다. 피해자는 119 구급대원에 의해 병원에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조사 결과 가해자는 평소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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